[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서울 삼성이 '득점 기계' 리오 라이온스를 고양 오리온스에 내주면서 후속 트레이드에 대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은 지난 12일 저녁 라이온스와 방경수를 오리온스에 보내고 찰스 가르시아와 이호현을 받는 2대2 트레이드를 했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삼성이 다소 손해를 보고 오리온스가 큰 이득을 얻었다는 게 중론이다. 오리온스에는 이미 개인 평균득점 1위(22.4점)를 달리고 있는 트로이 길렌워터가 있는데 여기에 개인 평균득점 2위(21.4점)인 라이온스까지 얻었다.
선수 구성으로만 보면 현재 4위에 올라있는 오리온스는 충분히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뒤 챔피언결정전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는 선수 구성을 갖춘 셈이다. 게다가 오리온스는 올 시즌 개막 8연승까지 달렸던 저력이 있기 때문에 정규리그 막판 판도를 흔들 힘도 있는 팀이다.
◇리오 라이온스(오른쪽)와 찰스 가르시아. (사진=KBL)
결국 시선은 삼성으로 쏠리고 있다.
현재 최하위인 10위에 처져있는 삼성이 사실상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멀어지자 시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라이온스는 올 시즌 삼성의 주득점원이었으며 시즌 전 열린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전체 1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검증된 선수다. 아무리 라이온스가 올 시즌이 끝난 뒤 재계약을 할 수 없다고 해도 전력의 절반을 차지해왔다. 경기당 10.9득점(20위)에 머물러있는 가르시아와는 공격력 자체가 다르다.
삼성은 리빌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현을 영입해 평소 뻑뻑하던 가드진부터 다듬으려는 것으로 읽힌다.
중앙대를 졸업한 이호현은 올 시즌 신인드래프트 전체 7순위로 지명된 포인트가드다. 올 시즌 12경기 출전에 그쳤고 평균 1.3점에 머물렀지만 기본 기량은 있는 선수다. 그는 4학년이던 지난해 대학농구리그에서 15경기에 출전해 평균 17.3점 3.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삼성은 비슷한 유형의 가드가 이미 많아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평을 듣는 팀이다. 여기에 이호현까지 가세했기 때문에 후속 트레이드를 추진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삼성에는 이미 이정석, 이시준, 박재현, 김태주가 있지만 이들 모두 포인트가드도 아니고 슈팅가드도 아닌 애매한 포지션에서 뛰고 있다. 게다가 실책도 많아 종종 경기 흐름을 끊고 있다. 삼성은 올 시즌 경기당 13개의 실책을 범하며 이 부문에서 불명예스런 1위를 달리고 있다.
패스 센스가 뛰어나 그나마 포인트가드에 가깝다는 최수현도 있지만 그는 올 시즌 11경기에 출전해 평균 득점과 어시스트가 1개에도 못 미치고 있다. 사실상의 2부리그인 D리그에서 더 자주 볼 수 있다. 선수 시절 '컴퓨터 가드'로 불렸던 이상민 감독이 경기 도중 종종 뒷목을 잡는 이유다.
또 하나의 가능성은 삼성과 오리온스가 트레이드에 '옵션'을 걸어놓고 공개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2대2 트레이드로 알려졌지만 삼성이 향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 등을 받기로 한 뒤 비공개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민 감독. (사진=KBL)
실제 프로농구에서 이런 사례가 있었는데 지난 2013년 4월18일에 울산 모비스의 김시래가 창원 LG로 떠난 경우다.
전날 모비스는 2012-2013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직후 하루 만에 김시래를 LG로 트레이드한다고 밝혔다. 김시래는 데뷔 시즌에서 우승을 맛본 다음 날 곧장 팀을 옮긴 셈이다.
이런 일이 발생한 이유는 앞서 1월28일에 모비스가 로드 벤슨을 LG로부터 데려오면서 크리스 위더스를 내줬는데 두 구단 사이의 '비밀 옵션'이 있었기 때문이다. 트레이드하면서 모비스는 위더스만 보낸 게 아니라 다음 시즌 신인 지명권과 김시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 선택권을 LG에 줬다. 이에 따라 LG는 김시래를 데려가겠다고 모비스에 전했고 모비스는 김시래의 트레이드를 시즌이 끝나자 언론에 알린 것이다.
당시 벤슨과 위더스를 맞바꾸면서 두 구단은 "모비스가 앞으로 있을 세 시즌 동안의 신인 드래프트 중 1라운드 지명권 1회를 LG에 넘겼다"고만 설명했다. LG에 김시래를 데려갈 수 있는 카드가 있다고는 전혀 밝히지 않았다. 시즌 막판 소문으로만 떠돌았다.
결과적으로 이 트레이드는 모비스와 LG 모두 남는 장사가 됐다. 모비스는 벤슨의 가세로 챔피언에 올랐고 LG는 다음 시즌에 김시래와 함께 하며 팀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맛봤다.
이번 삼성과 오리온스의 트레이드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이러한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삼성이 가져간 이득의 무게감이 떨어지며 오리온스는 순식간에 득점 1-2위 선수를 동시에 갖추는 등 우승 전력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사실상의 팀 개편을 선언하면서 또 다른 움직임이나 알려지지 않은 선택지가 있는지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