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지동원(24·아우크스부르크)의 성장세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적 후 4개월째 골이 터지지 않으면서 자신감마저 잃은 모습이다.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불리며 온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던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2012년 런던 올림픽 때의 활약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지동원은 이란과 맞붙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4위전에서 후반 막판에 2골을 몰아쳤다. 당시 대표팀은 지동원의 골에 힘입어 4-3 역전 승리를 따냈다. 만 19살의 신예가 한국 축구를 이끌 공격수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지동원의 기세는 멈추지 않았다. '2012 런던 올림픽' 8강전에서는 영국을 맞아 전반 29분에 통쾌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날 대표팀은 영국과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 끝에 4강에 진출했다. 이후 대표팀은 브라질과 4강전에서 0-4로 패했지만 3~4위전에서 일본을 2-0으로 꺾으면서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축구에서 메달을 따는 데 성공했다.
올림픽 동메달은 지동원에게 '병역 특례'라는 선물을 가져왔다. 그에 대한 국내외의 평가도 한층 높아졌다.
이미 20살이던 2011-2012시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유니폼을 입은 지동원은 그후로도 막힘 없었다. 전남에서 이미 2시즌을 뛰어 경험도 제법 갖춘 상태였다. 2012-2013시즌에는 현재 소속팀인 아우크스부르크로 임대돼 17경기에서 5골을 터뜨려 팀의 2부 리그 강등을 막는데 일등 공신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지동원의 성장세는 다소 주춤한 상태다. 벌써 8시즌째 유럽에서 뛰고 있지만 리그와 컵대회를 합쳐 8골이 그가 기록한 전부다. 마르쿠스 바인지를 아우크스부르크 감독은 지동원을 신뢰하며 꾸준히 출전 시간을 주고 있다. 그러나 기다리는 골 소식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 도르트문트에서 아우크스부르크로 이적한 지동원은 8일(한국시간) 볼프스부르크와의 24라운드까지 7경기 연속 출전해 무득점에 머물렀다. 특히 "공격에 소극적이다"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날도 단 1개의 슈팅을 하는 데 그쳤다.
지동원의 성장이 더딘 이유로는 애매한 포지션이 꼽힌다.
한 축구 관계자는 "윙어이기도 하고 최전방 가운데 공격수이기도 하다"며 "넓게 활동한다는 장점으로 빠르게 성장했으나 유럽에서는 그게 좀 안 통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0년과 2011년 전남에서 뛸 당시 지동원은 최전방 공격수로 뛰었다. 총 33경기에서 10골을 넣으며 공격 마침표를 찍는 데 능했다. 하지만 런던올림픽과 그 이후 소속팀에서는 측면 공격수까지 오가며 다양한 역할을 소화했다.
또 다른 축구 지도자는 "예전에 지동원은 등을 지고 하는 플레이를 잘했다. 그러면서도 수비수를 좌우로 잘 끌고 다녔다"면서 "아무래도 전술적으로 유연한 팀과 어울리는 측면이 강하다. 그런데 지금 소속팀(아우크스부르크)에서는 그런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아우크스부르크 입장에서 보면 시즌 중반 합류한 지동원을 위해 선수들의 동선을 전부 바꾸긴 힘들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소속팀의 상황을 감안해볼 때 지동원은 자신만의 해법을 찾는 게 시급해 보인다.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첫 골을 터뜨려 자신감부터 찾아야 할 때다.
◇지동원. (사진=아우크스부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