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 마감되는 서울시내 면세점 입찰을 앞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묘한 신경전이 일고 있다. 각각 할당된 카테고리는 다르지만 좁은 서울 땅에 관광객들이 몰리는 상권을 선정하다보니 본의아니게 예정지가 '겹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같은 카테고리인 대기업끼리 혹은 중소기업끼리 비슷한 입지를 두고 경쟁한다면 모를까, 서로 다른 카테고리인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입지가 겹치게 되면서 각자 다른 할당을 받은 기업간 묘한 경쟁기류가 흐르고 있다.
서울 시내 한 면세점에 중국인 관광객을 비롯한 내·외국인 고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2곳, 중소·중견기업 1곳에 할당된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을 두고 여러 기업들이 출사표를 던졌거나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2곳이 할당된 대기업의 경우 신세계, 현대백화점, 호텔신라·현대산업개발 합작법인, SK네트웍스, 한화갤러리아, 롯데면세점이 입찰 참여의사를 밝혔으며, 이랜드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상태다. 이랜드가 참여할 경우 3.5대 1의 경쟁률이다.
1곳이 할당된 중소기업의 경쟁률도 치열하다. 공식적으로 참여의사를 밝힌 곳은 유진기업과 하나투어, 패션협회, 하이브랜드 등이며, 동화면세점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참여할 경우 5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보일 전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면세점 입지후보지가 겹치는 지역은 2곳. 여의도와 동대문 상권이다. 한화갤러리아가 여의도 63빌딩을 시내면세점 후보지로 내놓은 상태지만 유진기업도 여의도 MBC 사옥을 후보지로 선정해 출사표를 내밀었다. 동대문은 SK네트웍스와 패션협회가 겹친다.
유진기업 혹은 패션협회가 중소·중견기업에 할당된 시내면세점으로 선정될 경우 동일 상권에 출사표를 내민 한화갤러리아나 SK네트웍스의 입장이 난처해질 전망이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이 직접 경쟁상대는 아니지만 가까운 곳에 중소·중견기업 면세점이 입점하게 된다면 관세청의 면세점 입찰 평가요소 중 150점이 할당된 주변환경요소에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총 3장에 불과한 시내면세점 경쟁인 만큼 관세청이 대기업 면세점을 중소기업 면세점과 상권이 겹치게 선정하진 않은 전망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유진기업의 MBC사옥과 비교할 때 63빌딩은 이미 관광과 외식 등 각종 인프라가 갖춰져있는데다 올해 6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여의도 한강선착장과 인접해 콘텐츠적인 측면에서 월등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동일 상권에 후보지를 내놓은 이들 기업의 '묘한' 경쟁도 이번 시내면세점 입찰전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편 관세청은 다음달 1일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접수를 마감하고 6~7월 중 세관의 검토와 특허심사위원회를 거쳐 신규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