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동대문이 뜨겁다.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권 입찰에 나선 21개 기업 중 9곳이 동대문에 면세점을 짓겠다고 나섰다.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지 1위에 오를만큼 쇼핑명소로 자리잡았지만 이 지역에 입점한 면세점이 없기 때문이다. 또 2000년대 중반 동대문에 우후죽순 들어섰던 대형 쇼핑몰의 큰 공실률을 채워줄 수 있다는 기대도 함께 숨어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권 입찰신청을 낸 대기업 7곳 중 SK네트웍스와 롯데면세점 등 2곳이 동대문으로 후보지를 정했다. 중소·중견기업은 더 치열하다. 그랜드관광호텔, 한국패션협회, 중원면세점, 키이스트, 제일평화 등 입찰신청을 낸 14개 기업 중 절반에 달하는 6곳이 동대문을 후보지로 내세웠다.
롯데면세점과 중원면세점, 한국패션협회(동대문듀티프리) 등 3곳은 모두 같은 건물인 동대문 피트인 빌딩을 면세점 후보지로 내세웠으며, SK네트웍스는 케레스타 빌딩, 그랜드관광호텔은 헬로APM을 각각 후보지로 정했다.
한류스타 배용준이 최대주주로 있어 화제를 모은 연예기획사 키이스트도 시티플러스와 함께 면세사업 전담법인 서울면세점을 설립하고 동대문 맥스타일 빌딩을 면세점 부지로 선정했다. 동대문 제일평화상가의 소상공인들로 구성된 제일평화는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인근 제일펑화시장 6~7층에 면세점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동대문24면세점도 이 지역에 출사표를 냈다.
이들 기업이 면세점 부지로 선정한 빌딩들은 모두 걸어서 5분 이내에 닿을 수 있을 정도로 밀집돼있다.
이 처럼 시내면세점 유치전에 뛰어든 기업들이 저마다 동대문으로 후보지를 정한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꼽힌다.
우선 총 1000점 만점에 150점이 걸린 평가요소 '관광 인프라 등 주변환경'을 충족시키기에 동대문이 적격이라는 판단이다.
서울시가 최근 발표한 '서울시 외래 관광객 실태 조사' 결과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방문한 곳은 동대문 시장(55.5%)이 명동(55.1%)과 경복궁(51.3%)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동대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수는 약 650만명으로 추산되며, 2020년에는 800만명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동대문 지역 매출의 40%가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나왔다는 분석이다.
이 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명소 중 하나로 꼽히는 동대문 상권이지만 아직 시내면세점은 한 곳도 입점하지 않은 상태다. 기존 면세점이 몰려있는 명동에 비해 영업 경쟁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라는 계산도 숨어있다.
여기에 서울시가 추진 중인 동대문 '패션문화관광지구' 개발계획과 연계해 관(官)의 정책에 협력한다는 이미지를 심기에도 좋다. 또 이 사업에 일부 금액을 투자하면서 또 다른 평가요소인 '기업이익의 사회환원과 상생협력', '경제·사회 발전을 위한 공헌도' 등의 점수를 따낼 수도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동대문을 입지로 선정한 기업들은 저마다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현재 동대문에는 2000년대 중반 대형 쇼핑몰들이 연이어 들어서면서 공급과잉현상이 벌어져 텅 비어버린 고층 쇼핑몰 건물이 다수 존재한다. 기업들이 이 공간을 활용하겠다는 전략도 숨어있다.
이처럼 저마다 동대문 상권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지만 변수도 존재한다. 바로 주차문제다. 주로 단체관광으로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받으려면 수 많은 관광버스를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주차공간은 필수다.
평소에도 중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서울 소공동과 명동 일대는 관광버스의 무분별한 불법주차로 교통난이 심각해왔다. 업계에 따르면 주말에는 이 지역에 평균 500대 이상의 관광버스가 통행하고 있다. 과연 이 버스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버스를 수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또 다른 평가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명동 상권에는 대기업 신세계그룹과 중소·중견기업 파라다이스글로벌, 세종호텔이 서울 시내면세점 입찰 신청서를 냈다. 여의도에는 한화갤러리아와 유진기업, SIMPAC이 제출했으며, 종로·인사동 상권에는 듀티프리아시아와 하나투어(에스엠면세점)가 각각 신청했다. 호텔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은 용산에, 현대백화점은 삼성동, 이랜드그룹은 홍대입구를 후보지로 내세워 각각 입찰을 신청했다. 하이브랜드를 운영하는 인평은 양재동, 신홍선건설은 부암동을 후보지로 입찰했다.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