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토마토칼럼)가계부채 뇌관은 중산층이 아니다
입력 : 2015-07-27 오전 6:00:00
가계부채 문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최근 가계부채 규모는 무려 1100조원을 넘어섰다.
 
역시 정부가 나섰다. 원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아 나갈 수 있도록 유도하겠단다. 이자만 내는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금리 부담을 높이고 상환능력 심사를 강화하도록 한 것이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골자다. 가계부채의 질을 개선해 안정화하겠다는 계산이다.
맞는 말이다. 대출의 질을 규제하지 않으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가계부채 부실을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은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다. 경기 침체가 우려된다며 금리를 사상 최대로 낮춰 돈을 풀고 부동산 규제를 풀어 집을 사도록 유도를 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돈을 너무 많이 풀어 가계부채 부실이 우려된다며 대출 받기 힘들도록 하는 대책을 내놨다.
 
결국 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있거나, 돈이 있지만 잠시 유동성이 부족한 사람들만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는 얘기 아닌가.
 
금융권 관계자마저도 “거치식 대출은 서민들에게 희망 같은 것”이라며 “돈이 충분히 없어 금융기관을 이용해 돈을 빌리는 것인데 당장 갚을 수 있고 돈이 있는 사람만 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라며 평가 절하했다.
 
전세 값이 올라 어쩔 수 없이 추가 대출을 받아 집을 사야하는 사람들은 이제 은행은 쳐다볼 수도 없게 됐다. 안심전환대출에 이어 ‘중산층을 위한 가계부채 대책 2’라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제도 시행은 내년부터다. 연말까지는 서민들도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다. 정부가 나서서 가계부채 폭증을 부추긴 꼴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올 때는 위험하지 않다. 위험하다는 신호가 없을 때 폭탄이 터진다”며 금융권 속설을 되뇌이고 있다. 외환위기가 그랬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다.
 
현재 가계부채가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연신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 비춰 보면 그렇게 위험한 수준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미 수차례 위험을 겪은 한국경제는 내성이 있어 쉽게 꼬꾸라지지 않는다”며 가계부채의 위기론을 경계했다.
 
가계부채의 뇌관은 저신용·저소득 계층이다. 정부의 논리대로라면 아직 이들은 위험하지 않으니 우선 돈 있는 사람들을 지원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 아닌가.
실제로 정부가 쏟아내는 대책은 서민과 돈 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잘 사는 사람에 맞춰져 있다. 과연 경제 활성화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정부에게 묻고 싶다.
 
고재인 금융부장
고재인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