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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트렌드)저무는 석유 시대…'탈 석유화' 가속화
저유가 불구 수요 주춤…대체 에너지 경쟁력 다툼 치열
입력 : 2015-08-26 오후 1:16:48
국제유가 급락에도 세계경제 회복세와 석유수요가 정체된 가운데 '유가하락-세계경기 상승-석유수요 증가'로 이어지던 기존 공식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 산업군을 아우르는 환경규제 강화와 그린 이노베이션의 가속화로 석유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석유가 제1 에너지원에서 밀려나는 현상은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저유가에도 계속되는 탈 석유, PV-EV 시대가 오고 있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절대적인 에너지원으로 군림하던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으며, 치열한 대체 에너지 경쟁력 다툼 속에 자동차 분야 태양광(PV)과 전기차(EV)의 부상을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은 선진국이 자동차 연비 절감을 위해 석유 절약과 전기차 보급 등의 대체 노력을 통해 이미 석유 수요의 고점을 지나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당분간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개도국 역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기술개발과 환경규제 강화에 힘을 싣고 있는데 기인했다. 에너지 소비의 90% 이상을 석유에 의존하는 수송 분야에서 최근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기술 혁신이 급속도로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최근의 탈 석유화 현상은 과거 미국 셰일층 개발 본격화 이전 제기된 석유자원 고갈 우려가 고조되었을 당시와는 구분된다. 공급 제약으로 의도치 않게 석유 시대가 마감될 것을 우려했을 당시와 달리 풍부한 공급 속에서도 자발적으로 탈피하려고 한다는 데서 분명한 차별점이 존재한다.
 
석유재벌인 미국 록펠러 가문이 지난해 9월 석유부문 투자금의 단계적 회수입장을 발표하거나 대표적 산유지역인 중동에서 태양광 발전이 급증하고 있는 점 또한 이 같은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비교적 당분간 석유수요가 꾸준히 필요한 개도국들의 석유소비량에서도 탈 석유화 움직임을 찾아 볼 수 있다. 해당 국가들의 석유수요 증가율은 지난 1990년대 1.3%에서 경제성장 가속화와 자동차 보유대수의 확대와 함께 2000년대 3.8%까지 올라섰지만,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3.3% 증가율을 보이며 한풀 꺾였다. 그동안 석유소비 증가를 주도해 온 중국 수요 둔화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최근 중국경제는 10%를 넘는 고도성장을 마감하고 성장세가 6~7%로 떨어졌다. 대규모 인프라와 대형 중화학 공업기지를 잇달아 건설하던 기세 역시 공급과잉과에 따른 활력 저하로 주춤하고 있다.
 
중국이 타개책으로 꼽은 안은 제조업 및 투자 주도형 성장에서 서비스업 및 소비 중심 성장으로 선회였다. 이 같은 노력으로 지난 2000년 1000달러의 GDP를 창출하기 위해 1.5배럴이 필요했던 반면, 지난해에는 0.4배럴로 급격히 하락시키며 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현재 중국을 대신해 석유 소비를 급증시킬 만한 거대 신흥국이 마땅히 없는 상태다. 제2의 중국으로 주목받는 인도는 중화학공업 과잉투자에 대한 우려가 낮고 석유 소비량 역시 적은 상태다.
 
각국 정부의 친환경 정책 역시 탈 석유화를 촉진시키는 주요 요소다. 최근 세계 주요 국가들은 자동차 연비규제와 친환경 자동차 지원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과거 석탄에서 석유로 주력 에너지원이 전환될 당시 각국 정부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듯, 친환경 정책 강화가 석유수요를 직접적으로 둔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정부에 의한 규제만으로 시장의 흐름이 흘러가긴 어렵다. 석유를 대체하는 그린 산업이 기술혁신을 통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지가 중요한 변수다. 하지만 최근 육상 풍력 발전이 보조금 없이 경제성을 갖춘 수준까지 도달했고, 태양광 발전 역시 발전단가가 가정용 전력 요금과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가 달성된 지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해 기준 독일을 비롯한 주요 유럽국가와 호주, 브라질, 미국 캘리포니아, 일본 등이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했다. 오는 2020년에는 멕시코와 영국, 캐나다, 미국 전역이 2025년까지 한국과 중국 등이 1차 그리드 패리티를 달성할 전망이다.
 
대체 에너지 간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치열한 다툼 역시 탈 석유화 현상을 가속화 하고 있다. 화석 연료 분야는 셰일오일의 개발 및 생산 단가 절감을 위한 기술 개발에 한창이고, 그린산업 역시 축전지(ESS)와 태양광 패널 등에서의 기술 및 원가 혁신, 전기차용 충전 인프라의 고도화 노력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여기에 환경 보전에 대한 각국 정부와 국제기관, 시민사회의 요구가 커지고 있는 점 또한 석유의 입지를 좁아지게 하는 요소로 작용 중이다.
 
LG경제연구원은 "1990년 마차로 가득했던 뉴욕거리가 불과 13년만에 자동차로 채워졌듯이 석유에서 대체 에너지로 빠르게 전환 중인 최근의 변화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제너럴 일렉트로닉 건물 앞 전기차 충전소에서 운전자들이 차량을 충전하고 있다.(사진=AP/뉴시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정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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