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지난 10일 무산된 가운데, 정부가 독자적인 노동개혁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합동브리핑을 갖고 “그동안 정부는 한국노총의 노사정 복귀와 노사정 대타협을 위해 노측과 수많은 대화를 시도했고 요구사항도 반영했지만 아쉽게도 (정부 제시 협상시한인) 어제까지 노사정 합의에 이르지는 못 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최 부총리는 “정부는 그간의 노사정 논의를 토대로 노동개혁 법안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다음주 초부터 새누리당과 당정협의 등 노동개혁 입법을 위한 절차를 바로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특히 최 부총리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업무 부적응자에 대한 공정한 해고를 위한 기준과 절차는 반드시 노동개혁에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부터 60세 정년제 시행으로 청년 고용절벽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변경의 기준과 절차가 명확해져야 청년 채용이 늘어날 수 있다”며 “또한 공정한 해고 기준과 절차가 마련돼야 근로자들이 능력과 성과에 따라 보상받고, 재도전의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고,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노사정위는 10일 김대환 위원장, 이기권 장관,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표자회의를 열어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일반해고 요건 완화 등 핵심 쟁점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조정 문안에 접근하지 못 했다. 노동계는 두 쟁점을 중장기 과제로 미뤄 시간을 갖고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취업규칙·일반해고 문제 역시 초안대로 강행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오는 13일까지 노사정 합의가 이뤄질 경우 그 내용을 입법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입장이나, 비입법 과제인 취업규칙·일반해고 지침에 대해서는 여전히 타협의 여지를 닫아놓고 있다. 최 부총리는 “정부는 공정해고 관련 내용이 반드시 (노동개혁에)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오는 12일 예정된 노사정위 협상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대 쟁점인 취업규칙·일반해고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강행 의사를 밝힌 만큼 더 이상의 협상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입법을 예고한 5대 과제에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이 일방적으로 포함돼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정부는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파업결의 사례를 언급하며 노사 자율로 이뤄지는 임금단체협상·교섭에 대한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 부총리는 “현대자동차는 조합원 평균연봉이 9000만원이 넘는 고임금을 받고 있으면서도 임금인상 파업을 결의했다. 일부 조선업종 대기업 노조들은 조선산업의 불황과 경영적자를 아랑곳하지 않고 연대파업에 나서고 있다”며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고임금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 노조들의 무리한 임금인상 요구와 파업행위는 자제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부총리는 이어 “진정한 노동개혁을 위해서는 이러한 불합리한 교섭관행부터 개혁해야 할 것”이라며 “이제 노동계와 경제계는 대승적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1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개혁 향후 추진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