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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만 '보호'…비정규직 양산 앞장서는 정부
중앙정부 소속 공공기관 기간제 등 10만명 육박
입력 : 2015-10-11 오전 10:50:05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주체로 정부가 지목되고 있다. 정규직 신규채용이나 비정규직 보호에 필요한 비용이 중앙정부의 반대로 예산안에 반영조차 못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우원식 의원이 최근 기획재정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앙행정기관 소속 공공기관 340곳 중 46곳(13.5%)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보다 많았다. 이 가운데 코레일테크는 기간제(907명)가 정규직(48명)의 19배에 달했으며,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사내하도급(간접고용)·기간제(6318명)가 정규직(1041명)의 6배였다. 공공기관의 총 비정규직 노동자는 10만명에 육박했다.
 
중앙행정·교육기관의 비정규직도 늘어나는 추세다. 고용노동부의 지난달 전수조사에 따르면 국·공립대를 제외한 375곳의 공공기관이 청소·경비 등의 업무에 단순노무용역을 사용 중이다. 여기에 각 기초자치단체는 읍·면·동사무소 등에 매년 수백에서 수천명의 기간제 직원을 채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한 수준이다. 공공기관 용역계약 703건 중 424건의 계약에 부당·불공정 조항이 포함돼 있었으며, 절반이 넘는 기관에서 노동자들에게 시중노임단가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문제는 민간기관에 정규직전환지원금 등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비정규직 처우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정부가 정작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점이다. 각 중앙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은 매년 정규직 채용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예산을 신청하나, 이들 예산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 과정에서 기재부의 반대로 삭감되고 있다. 인천공항의 경우에도 사내하도급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다 기재부의 반대로 무산되자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려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대표적인 부문은 학교 등 교육기관이다. 각 시·도교육청은 해마다 교사 정원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나 ‘학생 수가 줄어 교사를 늘릴 수 없다’는 기재부의 반대로 인해 매년 계약직 교사를 채용하고 있다.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는 “학생이 줄면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 학급 수를 유지하는데, 교사는 학급에 비해 턱없이 적은 수준”이라며 “교사를 늘리고 싶어도 중앙정부가 반대하니 기간제라도 채용해 교사 수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환노위 소속 한 야당 의원은 “해당 부처라고 왜 정규직을 뽑고 싶지 않겠느냐. 중앙정부, 좁게는 기재부에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를 늘려 경기를 부양하려다 보니 자꾸 인건비를 깎는 것”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를 외면하고 계속 불필요한 SOC 투자만 늘릴 것인지, 아니면 공공기관부터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해 소비를 늘리고 내수를 살릴 것인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지난 8월 2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앞 인도에서 열린 공공비정규직 노동자 대회에서 정부세종청사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과 청사 방호를 맏고 있는 특수경비 노동자 등이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자료사진) .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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