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폭스바겐그룹 파문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하이브리드(HEV) 강국 일본이 소형차 라인업을 대폭 확대하며 '디젤 안방' 유럽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최근 니혼게이자이 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토요타와 닛산, 스즈키 등 일본 완성차 주요 업체들은 잇달아 소형 하이브리드 차량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기존 중형급 이상 차량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소형으로까지 확대, 자국 시장은 물론 소형차 수요가 높은 유럽 시장까지 끌어안는다는 계획이다.
일본 완성차 업체들은 오랜 시간 하이브리드 분야에 공을 들여왔다. 독일 3사를 비롯한 유럽 브랜드들이 디젤 열풍을 주도하며 재미를 보는 동안에도 묵묵히 기반을 다져왔다. 세계 시장 판매에서 폭스바겐과 선두를 놓고 경쟁 중인 토요타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이같은 토요타의 노력은 지난 8월 글로벌 하이브리드카 누적 판매 800만 돌파라는 기록으로 이어졌다. 세계 최초 양산형 하이브리드 차량인 '프리우스'가 시장에 등장한지 18년여만이다. 현재 토요타는 30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전세계 90개국 이상에서 판매 중이다.
또 최근 미국 컨슈머리포트가 발표한 '2015 자동차 신뢰도 조사' 하이브리드·전기차 부문에서 토요타 프리우스 3종(프리우스C, 프리우스, 프리우스V)이 1~3위를 싹쓸이하는 등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상태다.
토요타 하이브리드차량 라인업. 사진/한국토요타
하지만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도 유럽 시장에서만은 고전해 왔다. 800만대의 누적 판매를 기록하는 동안 유럽에서의 판매량은 93만여대에 불과했다. 유럽이 연간 1500만대 규모의 세계 3위 시장인 점을 감안했을 때 영향력이 크다고 할 수 없는 수치다. 가솔린 차량 수요가 높은 북미 시장에서도 279만여대가 판매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번 폭스바겐 게이트 여파로 유럽 시장 역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당사자인 폭스바겐도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개발방향을 디젤차 중심에서 전기차로 선회하겠다고 발표한 바 했다.
그동안 하이브리드 차량은 기술력에 따른 높은 비용 탓에 중형차급 이상이 주를 이뤘다. 소형 하이브리드 차종은 토요타와 혼다의 2, 3개 모델에 불과했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주요 하이브리드 차량 역시 대부분 중형 이상 세단이다.
때문에 이번 일본 브랜드들의 소형 라인업 확대는 친환경차 시장 판도에 눈에 띄는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주요 일본 브랜드의 소형 하이브리드 출시 예정 차종은 토요타 RAV4·C-HR, 닛산 노트, 스즈키 솔리오·스위프트 등이다.
문영롱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유럽에서 이산화탄소 기반 세제 및 디젤 억제 정책으로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친환경차에 대한 니즈가 확대되고 있는 시점에서 소형 하이브리드 차량의 출시는 일본업체의 점유율이 확대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