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장 구조개혁 후속 입법을 위한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쟁점 사안들을 놓고 이해당사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탓에 제대로 된 ‘참고서’가 나올지도 미지수다.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는 지난 9일 노동시장구조개선특별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차별시정, 파견(도급) 관련 쟁점에 대한 전문가그룹의 검토의견을 보고받았다. 전문가그룹은 노동조합 등에 차별시정 신청대리권을 부여하고, 파견과 도급의 구별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파견 범위를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 뿌리산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뿌리산업 파견의 유형으로는 정규직으로 고용하되, 파견이 없는 기간에 훈련과 수당을 지원하는 상용형 파견을 제시했다. 다만 사내하도급 문제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답을 내지 못 했다.
하지만 전문가그룹 의견에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향후 논의 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노동계는 특위의 브리핑이 전체회의가 아닌 전문가그룹의 보고 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졌고, 전문가그룹 의견에는 노동계보다 정부의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점을 문제 삼았다. 여기에 이주 중 예정됐던 비정규직 공동실태조사는 10일 현재까지 조사 방법도 정해지지 않았다.
특히 특위는 16일을 시한으로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논의된 내용들을 정리해 국회에 넘긴다는 방침이지만, 특위 안은 각계의 이견만 고스란히 노출된 ‘문제집’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최대 쟁점인 기간제법에 대한 전문가그룹의 의견이 16일까지 일치되기 어려운 데다, 전문가그룹의 합의된 의견이 보고된다고 해도 노동계와 재계 등의 반발로 특위 회의가 공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앞서 전문가그룹 간사인 박지숙 고려대 교수는 이해당사자들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교과서(합의안) 대신 전문가 검토의견 수준의 참고서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송위섭 노동시장구조개선특위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노사정위원회 제20차 노동시장구조개선 특위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