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원전해체기술 시장이 건설업계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대규모 공공공사 발주는 갈수록 감소하고 중동 등 해외수주도 줄고 있는 상황에서 전 세계 440조원 규모의 원전해체기술 시장은 건설업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960년대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원자력 발전소들의 사용기한이 임박해오면서 이를 안전하게 해체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제5차 원자력진흥위원회를 열고 오는 2017년부터 시작되는 고리 1호기 해체사업을 계기로 원전 해체산업 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440조원에 이르는 세계 원전 해체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6000여억원을 투자해 관련 로봇을 개발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키로 한 것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국내 운영 중인 원전은 24기다. 2017년 고리1호기에 이어 2022년 월성1호기도 사용이 중단된다. 1기당 해체비용은 약 6033억원 수준으로 24기의 해체비용만 약 14조5000억원에 이른다. 국제원자력기구에서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전해체기술 시장 규모가 1000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원전해체기술 시장은 국내 건설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건설업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상업용 원전시설을 해체한 국가는 미국 밖에 없고, 시장도 이제 막 열리는 단계여서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며 "현 단계에서는 관련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국전력기술 등이 전체 38개 원전해체기술 중 20여개만 보유하고 있다. 전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독일, 일본 세 나라 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두산중공업은 지난 11일 한국전력기술과 원전해체기술 협약을 체결했다. 한국전력기술은 2000년부터 원전해체 기술개발 조직을 운영하면서 국내 해체 엔지니어링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원전해체 경험을 보유한 독일의 에너지 전문기업 E.ON 테크놀로지와 기술전수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조직래 한국전력기술 원자력본부장과 김하방 두산중공업 원자력BG장(오른쪽)이 11일 서울 서초구 두산중공업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상호협력협약 체결식을 마치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두산중공업.
앞서 두산중공업은 지난 9월 원전해체 전문기업인 독일 짐펠캄프와도 기술 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다.
김하방 두산중공업 원자력BG장은 "원전기술의 축인 '설계'와 '주기기 제조' 부문을 대표하는 전문기업 간 협력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양사의 협력과 시너지로 향후 고리 원전 1호기를 비롯한 국내 원전해체 사업은 물론, 해외시장 진출에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플랜트사업본부 소속 원자력사업단에서 원전해체기술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 고리1~4호기, 월성1,2호기, 영광1~6호기, KEDO원전1,2호기, 신한울1,2호기 등 우리나라 원전 대부분을 시공했으며 영광3,4호기를 통해 원전 시공기술 자립도 100%를 달성한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원전해체기술 시장이 향후 블루오션으로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검토를 통해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며 "원전시공 경험이 많고 관련 기술 노하우도 많이 축적돼 있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