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내년도 해외건설수주 전망도 어두울 것으로 우려된다. 올 7월 미국 등 주요 6개국이 이란과 핵협상을 최종 타결하면서 중동 수주 시장이 새롭게 열릴 것이란 기대가 높았지만, 국제 유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인프라 사업이 더욱 축소될 전망이다.
여기에 국내 건설 산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정책금융의 저가수주 지원 중단 발표에 더해 내년부터 회계 투명성 확보를 위해 원가율을 공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해외수주 급감 공포가 커지고 있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기 총회에서 감산 합의가 나오지 않으면서 국제 유가가 30달러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이 여파로 원유 수출 비중이 높은 중동 국가와 신흥국을 중심으로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내년도 각종 인프라 사업이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미 해외수주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제 유가 하락이 가장 큰 원인이다. 해외 수주 1번지인 중동 국가들의 발주량 감소가 직격탄이 됐다.
해외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7일 현재 국내 건설사의 올해 해외 수주량은 409억4491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1% 가량 감소했다. 올 7월 이란 핵협상 타결로 해외수주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고개를 들었지만 이마저도 꺾이게 됐다.
최근 들어 유가 하락세가 심화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들이 해외 각국에서 투자금을 회수하고 정부 지출도 줄이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까닭이다.
국내 정책금융이 파이낸싱 지원 등 건설사들에 해외수주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발주가 급감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건설사의 저가수주에 대한 금융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나서면서 내년도 해외 수주량은 감소폭이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건설사의 재정위기가 해외 저가수주에서 기인한 점은 맞지만 반대로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며 "유가하락과 저가수주 금지로 내년도 해외 수주 시장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물론 유가, 철강, 시멘트 등 국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얻는 이익도 있겠지만 매출이 뒷받침 되지 않는 이상 이익률을 개선하기는 쉽지 않다"며 "기본적인 수주규모가 유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될 건설사의 원가율 공개도 해외수주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원가율이 공개될 경우 발주처에서 더욱 낮은 가격으로 입찰을 진행하게 돼 결과적으로 해당 프로젝트에 대한 이익률이 감소하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내년 해외수주 시장은 총체적 난국"이라며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주택시장 호황이 있을 것이라는 확신도 없어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가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내년도 건설 해외수주 전망도 어두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이란 정유사 직원이 테헤란 남부에 잇는 정유공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