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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자료 배포까지 대행…고용부의 이상한 여론전
대리 배포도 드문데 자료 내용도 편항성 짙어
입력 : 2015-12-08 오후 4:11:47
고용노동부가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연내 처리를 위한 여론전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식에 벗어난 수단까지 동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기권 고용부 장관은 지난 7일 이례적으로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개혁 5대 입법의 연내 완료를 촉구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기자회견은 사전공지 없이 이뤄졌으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정부세종청사)도 같은 날 입을 맞춘 듯 기자회견과 브리핑을 열어 경제활성화 법안들의 연내 처리를 촉구했다.
 
이후 고용부는 한국노동경제학회의 ‘기간제 근로에 대한 인식조사’ 자료를 출입기자단에 대신 배포했다. 노동경제학회는 고용부 산하기관인 한국기술교육대학교 금재호 교수가 회장을 맡고 있기는 하지만 순수한 민간학회다. 정부부처가 민간학회의 자료를 대신 배포하는 일 자체가 드물뿐더러, 이날 나온 여러 학회의 자료 중 특정 단체의 자료만 배포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됐다.
 
특히 배포된 인식조사 자료는 의도된 질문 구성으로 비판을 받았다.
 
인식조사 결과 기간제 노동자의 71.7%가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에 찬성했으며, 85.8%는 정규직 미전환 시 이직수당 등 일정한 부담을 추가할 경우를 전제로 기간연장에 찬성했다.
 
그런데 기간제 사용기간 연장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2년 근무 후 기간제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에는 계속 근무할 수 있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계약이 종료되게 됩니다’라는 전제가 있었다. 이직수당 등 정규직 전환 촉진방안 추가 시 기간연장 의사를 묻는 질문에도 ‘기간제 근로자가 같은 직장에서 더 일하겠다고 한 기간이 끝난 경우, 사업주가 그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전환시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라는 설명이 달렸다.
 
한국노총은 “만약 ‘현행 기간제법은 2년 후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4년 후에나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으면 답은 달리 나왔을 것”이라며 “근로기간 연장을 찬성하는 이유도 보기로 제시된 문항들을 보면 ‘다른 직장을 구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라는 대답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가장 큰 문제로는 조사 방식부터 신뢰성이 의심되는 민간학회의 자료를 정부부처가 대신 배포했다는 점이 지적된다. 한국노총은 “한국노총의 문제제기와 반대로 노사정위원회에서의 비정규직 실태조사가 성과 없이 불발로 그치자마자 고용노동부가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학회를 동원해 왜곡된 조사 결과를 배포한 것에 대해 심각한 분노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고용부의 이상한 공보는 밤늦게까지도 이어졌다. 고용부는 7일 밤 9시쯤 ‘노동개혁 5대 입법 기대효과 및 연내 마무리 필요성’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배포했다. 앞서 고용부 출입기자단은 배포를 다음날로 미뤄줄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고용부가 언론의 반대까지 무릅쓰며 긴박하게 배포한 자료에는 정부의 기존 주장과 국회를 압박하기 위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과 이인제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위원장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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