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난해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중 반대 의견은 10.2%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기업들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이 지난달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한 ‘2015년 10월 국민연금기금 운용현황(잠정)’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715회의 주주총회에 참석해 2768개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했다. 이 가운데 찬성은 2479건(89.6%)이었으며 반대는 282건(10.2%), 기권은 7건(0.2%)이었다. 상법 개정과 관련해 정관변경 반대 건수가 291건으로 급증했던 2012년을 제외하면 국민연금의 안건 반대 비율은 매년 10% 내외에서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안건별 반대 건수는 이사·감사 선임이 189건(67.0%)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정관변경(52건·18.4%), 보수한도 승인(7건·2.5%) 순이었다. 기타 안건은 34건(12.1%)이었다.
총자산 507조원(2015년 10월)에 달하는 국민연금은 2014년 말 기준 삼성전자 주식의 7.6%, SK하이닉스 주식의 9.7%, 네이버 주식의 10.4% 등을 보유한 주식계의 큰손이다. 하지만 90%에 육박하는 찬성 비율은 대주주로서 국민연금의 영향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민간투자기관들의 압도적인 찬성률이다. 국민연금이 반대 의견을 낸 안건들도 대부분 찬성으로 의결됐는데, 이는 자산운용사와 보험사 등 민간투자기관들이 주총 안건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월부터 3일까지 한국거래소에 공시된 회사별 안건(1만4710건)을 서면 점검한 결과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와 기타기관의 반대 비율은 각각 2.2%, 0.6%에 불과했다. 또 지난달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송민경 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이 발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1~3분기 정기주총 중 경영진이 제안한 안건들에 대한 반대 비율은 자산운용사가 1.8%, 보험사는 0.7%였다. 단 1건도 반대하지 않은 투자기관의 비율도 자산운용사는 52.5%, 보험사는 92.0%에 달했다.
오히려 같은 자료에서 국민연금의 반대 비율은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기금인 캘퍼스(CalPERS)보다도 3%포인트 높은 14.6%였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국민연금이 지난해 의결권을 행사한 안건 중 반대 의견은 10.2%에 그쳤던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