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전국적으로 최악의 한파가 이어지면서 건설노동자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안 그래도 쌀쌀한 날씨에 일감까지 줄어드는, 겨울은 건설노동자들에게 유난히 혹독한 계절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지난해 2월부터 7월까지 퇴직공제에 가입한 건설노동자 377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5년 건설근로자 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동절기인 12~2월 중 건설노동자들의 월평균 근로일수는 13.3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사업체노동력조사에서 집계된 전체 산업의 노동자 월평균 근로일수 20.4일보다 7.1일 적은 수치다.
특히 1월에는 평균 근로일수가 13.0일까지 줄어든다. 건설노동자들의 근로일수는 날씨가 풀리는 3월이 돼서야 한 달의 절반 수준인 15.5일로 회복된다. 이는 상당수 건설현장에서 동절기에 작업이 중단되는 데 따른 영향이다. 장마철인 7~8월에도 작업 중단이 잦았지만 비가 그칠 때에는 재개된 덕에 혹한기보다는 근로일수가 많았다.
여기에 조사 대상에는 임시·일용직 노동자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상시 노동자의 근로일수가 평월과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다고 가정하면, ‘근로일수가 줄었다’는 말은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이 일시적 실업상태에 놓였다’는 의미가 된다. 공제회는 “계절적 실업 발생 시 교육훈련을 통한 기능향상 및 훈련수당 지급 등 생계안정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동절기인 12~2월 중 건설노동자들의 월평균 근로일수는 13.3일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굳이 범위를 건설노동자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상당수의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의 처지가 비슷하다. 고용노동부의 지난달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상시직 노동자는 430명이 다니던 직장을 떠나고 448명이 새 일자리를 찾았다. 반면 임시·일용직 노동자는 408명이 기존 직장을 떠났음에도 291명만 새 일자리를 찾는 데 그쳤다.
상시직의 경우 공개채용 등의 영향으로 1월에 이직과 입직이 모두 활발했지만, 임시·일용직은 3월과 비교해 입직자가 59.5% 수준으로 줄고 이직자는 148.3% 수준으로 급증했다. 3월은 임시·일용직 노동자의 입직이 가장 활발하고 이직이 둔해지는 시기다. 결국 상당수 임시·일용직 노동자들이 건설노동자와 마찬가지로 1월에 일시적 실업상태에 놓인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은 구직급여 현황에도 고스란히 반영된다. 고용부가 이달 초 발표한 2015년 1~12월 구직급여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3만명으로 1년 중 가장 많았다. 이는 신규 신청자가 가장 적었던 8월(6만3000명)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2014년에도 마찬가지로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는 1월 10만명대로 급증했다가 2월부터 안정됐다.
반면 임시·일용직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1월 일시적으로 늘어나는 현상을 보였다. 지난해 상용직의 평균임금이 추석이 있던 2월에 큰 폭으로 올랐던 점을 감안하면, 임시·일용직의 1월 임금 상승분을 명절 상여금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과적으로 임시·일용직 노동자의 일시적인 임금 상승은 상대적 저임금 노동자들의 노동시장 이탈에 따른 기저효과로 해석된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