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미국의 고용 시장이 회복되고 있고 국제유가 역시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미국인들은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지출 지표가 부진하게 발표되며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에 대한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또한 그동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인사들의 잇따른 매파 발언으로 갑작스레 시장에 거세졌던 4월 금리 인상설 역시 다소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소비·임금·인플레이션 모두 증가율 미미
2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2월 개인소비지출(PCE)이 전월 대비 0.1%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였던 0% 증가보다는 개선된 것이지만, 증가폭은 미미했다. 1월의 소비지출 역시 기존 0.5% 증가에서 0.1% 증가로 하향 조정됐다.
이 기간 개인소득도 0.2% 증가에 그쳤다. 이는 시장 예상치 0.1% 증가는 상회하는 것이지만 증가폭은 지난해 9월 이후 가장 적은 것이다.
오히려 미국인들은 저축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2월 개인저축률은 5.4%로 1월의 5.3%보다 늘어났다.
또한 인플레이션 지수 역시 부진했다. 인플레이션을 알 수 있는 PCE 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1% 하락했고 전년 동기 대비 1% 올랐다. 연준이 특히 금리를 올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PCE핵심물가지수도 전년 동기 대비 1.7% 증가에 그치며 46개월 연속 연준의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로이터통신은 고용 시장 회복과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인들이 소비를 늘리기는커녕 오히려 저축을 늘린 것은 향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마켓워치 역시 고용 시장 회복으로 인해 임금이 올라가고 낮은 유가로 인해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짐작했으나, 이것이 전혀 소비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마켓워치는 올해 초 글로벌 증시가 휘청거렸던 것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켰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초에 미국 경기가 침체(리세션)에 빠질 것이라는 기사가 보도된 것 역시 소비자들의 우려감을 키웠다고 마켓워치는 덧붙였다.
1분기 GDP 전망 하향 이어져
부진한 소비 지출 지표가 발표된 이후 전문가들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전망 하향이 이어지고 있다.
지표가 발표된 직후 아틀란타 연방준비은행(연은)은 미국의 올해 1분기 경제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아틀란타 연은은 미국 GDP 전망치를 0.6%로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 3월에 제시했던 1.4%에서 반토막이 넘게 떨어진 것이다.
아틀란타 연은은 이 기간 미국의 소비 지출이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부진한 소비 지출 지표에 따라 그 전망을 1.8%로 내린다고 설명했다.
마켓워치의 설문조사 결과에도 그동안 2.3% 성장을 예상해왔던 전문가들은 1분기 GDP 전망치를 1.5%로 하향 조정했다.
스티븐 스탠리 암허스트 피어폰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오늘 아침 미국 1분기 GDP에 대한 기대감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라고 말하며 1분기 GDP 전망을 1.5%에서 0.6%로 내려잡았다.
이 뿐 아니라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어드바이저들도 1분기 GDP 전망을 1.5%에서 1%로 낮췄으며 모건스탠리 역시 1%에서 0.6%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마켓워치는 1분기 전망은 어둡지만 분기가 지날수록 경제가 개선될 것이라고 다수의 이코노미스트들이 희망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4월 금리 인상설 잠잠해지나
부진한 지표와 GDP 전망이 하향 조정된 후, 일부 전문가들은 그동안 급격하게 떠올랐던 4월 연준의 금리인상설이 다시 힘을 잃게 됐다고 분석한다.
기존에 시장은 6월이나 그 이후의 2번째 금리 인상을 예상해 왔지만, 최근 연준 내 인사들이 연일 매파적인 발언을 쏟아내면서 4월에도 금리가 인상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급부상했었다.
그러나 이날 부진한 지표 발표 후 세계적인 투자가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캐피탈 회장은 4월 금리인상설에 대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군드라흐 회장은 “GDP가 0.6%까지 하향 조정된 가운데, 4월 금리 인상은 말이 안된다"며 "지난주에 매파 발언을 이어가던 인사들이 이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할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CME그룹에 따르면 연방기금(FF) 선물 시장에서 시장은 4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12%로 매우 낮게 보고 있다. 6월 금리 인상 가능성과 9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각각 38%, 63%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