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버니 샌더스의 유세 현장에 가면 청년들의 지지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청년들은 샌더스의 이름을 이용한 'Feel the bern'(버니를 느껴라)'라는 비공식 슬로건이 적힌 티셔츠와 후드티, 심지어 속옷까지 입고 나와 샌더스를 뜨겁게 응원한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스튜던트모니터가 대학생 1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무려 44%의 학생들이 샌더스를 위해 투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뛰어난 달변가도 아니고 비교적 유머감각도 없는 것으로 알려진 74세 샌더스는 어떻게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일까?
바로 불평등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미국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은 10년 동안 3배나 증가한 1조2000억달러를 기록했다. 더욱이 10명 중 1명은 학자금 대출을 90일 이상 갚지 못해 연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미국 내에서도 청년들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금수저, 흙수저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스스로를 '민주적 사회주의자'라고 선언한 샌더스는 힘있는 월가 경제인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매년 750억달러를 걷어 무료로 다닐 수 있는 공공 대학을 많이 공급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세웠다.
물론 이에 대해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있지만 불평등에 정면으로 승부하며 자신들을 걱정하는 샌더스 후보에 젊은 층들은 할아버지처럼 친근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1% 지지율에서 출발했지만 클린턴 후보의 최대 라이벌로 떠오른 것처럼, 샌더스는 현재 1%가 독식하고 있는 미국 경제를 99%를 위한 경제로 만들겠다고 공언한다. 이를 이루기 위해 공공대학교,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건강보험 등의 파격 공약들로 불평등에 상처 입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또한 샌더스는 월가에서 선거와 관련된 검은돈을 받지 않는다는 점 역시 강조하며 다른 후보와 차별을 두고 있다. 선거 자금 관련 이익단체들인 수퍼팩의 자금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펼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샌더스의 선거자금은 수퍼리치나 대기업들로부터 오지 않고 개개인들이 기부한 돈들이 대부분이다.
샌더스의 열혈 팬이라고 밝힌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온 23세 한 대학원생은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샌더스야말로 보통 미국인들을 생각하고 경제시스템에서 초 부유층과 정부가 갖고있는 권력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샌더스 후보의 공식 슬로건은 ‘우리가 믿는 미래(The Future We Believe in)’다. 샌더스는 변화를 원하는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