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시즌 전 중하위권으로 분류되던 넥센이 '뛰는 야구'를 중심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20일까지 팀당 14~16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넥센은 5위(8승1무7패)를 기록 중이다. 1위 두산과는 3.5게임 차가 나지만 2위 SK와는 1.5게임 차로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이다.
넥센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주축 선수들을 여럿 내준 터라 올 시즌 전망이 밝지 않았다. 4년 연속 홈런왕을 차지한 박병호(미네소타)를 미국으로 보냈으며 5번 타순에서 쏠쏠한 활약을 보인 유한준(kt)도 팀을 떠났다. 리그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서 넥센의 뒷문을 책임지던 손승락(롯데)도 둥지를 떠났다.
이러한 주축 선수들의 이탈 속에 염경엽 감독이 내놓은 처방전은 '뛰는 야구'다.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 시무식에서 "모든 선수에게 그린라이트를 주겠다. 기동력을 살리겠다"면서 "3루 도루까지도 두려워하지 않는 팀 색깔을 구성하겠다. 팀 도루 3위 안에 드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이후 넥센은 스프링캠프에서 주루와 수비 훈련을 대폭 늘렸다. 실제 염경엽 감독은 2012년 넥센 주루 코치를 맡아 팀 도루 1위(179개)에 기여한 바 있다. 게다가 올 시즌 넥센은 고척스카이돔으로 홈구장을 옮겼다. 고척스카이돔은 외야 좌우구간이 99m며 외야 중앙이 122m로 국내에서는 잠실야구장 다음으로 크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한 넥센의 해법이 시즌 초반부터 효과를 내고 있다. 지난해 팀 홈런 1위(203개)를 차지했던 넥센은 올 시즌 초반 팀 도루 1위(17개)를 질주 중이다. 게다가 출루율에서도 3위(0.360)를 기록 중이다. 염경엽 감독은 도루 성공률 75%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성공률에만 집착하는 것은 아니다. 상대한테 주자가 나가면 언제든 뛸 수 있다는 압박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팀의 주장인 서건창은 시즌 초반부터 도루 시도를 많이 한 탓에 무릎에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으나 몸을 아끼지 않는 넥센 스타일의 야구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되기엔 충분했다.
흔히 공격적인 도루 시도가 많을수록 팀의 끈끈함이 생긴다고 한다. 주장의 이러한 몸을 날리지 않는 플레이 덕분인지 넥센은 마운드에서도 의외의 선수들이 활약하며 타선에서 비롯된 뛰는 야구에 힘을 더하고 있다. 3승을 달성한 선발 투수 신재영을 비롯해 셋업맨 이보근(6홀드)과 마무리 김세현(5세이브)도 기대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넥센 히어로즈 선수단.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