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도핑 혐의'로 태극마크 자격이 박탈된 박태환(27)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데 대한 찬반 논란이 거센 가운데 올림픽 출전 불가를 결정한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체육계가 국민에게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일 스포츠문화연구소가 서울 마포구 국민TV에서 개최한 '박태환 난상토론'에서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인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은 체육회가 국민에게 보내는 개혁 의지이자 시그널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태환 선수 논란을 바라봐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위원은 "박태환 선수와 관련한 쟁점을 지켜보면서 이중처벌이라는 언론 보도와 논란을 보면 안타깝다. 이중처벌이라는 소리 역시 박태환 선수라 제기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면서 "이중처벌 논쟁이 심화될수록 본질을 벗어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내린 결정의 취지가 너무 가려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대한체육회의 스포츠공정위원회는 지난달 초 '금지약물 복용 징계 만료 이후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현행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고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지난 2014년 9월 '도핑 혐의'로 국제수영연맹(FINA)로부터 받은 징계가 지난 3월2일 끝났음에도 여전히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
최동호 위원은 "지금과 같은 국가대표 선발 규정은 2014년에 제정됐다. 당시 소치동계올림픽이 있었는데 안현수(쇼트트랙) 귀화 논란부터 러시아의 김연아(피겨) 편파판정까지 각종 불합리한 일들이 터져 나왔다. 그 때 체육회는 어떻게 대처했는지 돌아보자"면서 "그 이후에는 줄곧 빙상 연맹의 구태들이 발생했다. 이후 대한민국 스포츠의 각종 비리가 벗겨지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들의 체육계 개혁 요구가 생기고 체육회 내부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어 국가대표 선발 규정에서 징계 이후 3년의 경과를 둔 것이다. 그 안에는 성추행부터 각종 폭력 처벌까지 있는데 도핑만 쏙 빼서 제외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최 위원은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박태환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의 길을 터줬다면 오히려 특혜라고 생각해 반발하는 국민 여론이 폭발했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최동호 위원은 "실제 수영연맹도 검찰 조사받고 보니 어떻게 됐나. 승부조작부터 각종 비리와 추문이 드러났다. 이런 걸 고쳐보자고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번과 같은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라며 "공정위에 들어오신 분들은 이전 구태에 빠진 분들과는 다르다. 그 분들 모두 박태환 선수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바라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도 국가대표 선발 규정을 바꾸지 않는 것은 과거 한국 스포츠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가야 할 길을 제시해보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지난 10일 스포츠문화연구소가 서울 마포구 국민TV에서 개최한 '박태환 난상토론'에서 토론하고 있는 최동호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오른쪽). 사진/스포츠문화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