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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 온 셜록 홈즈…표창원 의원 첫 추리소설 '운종가의 색목인들' 출간
국내 첫 프로파일러와 추리소설가의 콜라보레이션
입력 : 2016-06-30 오후 4:01:25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셜록 홈즈가 스위스 라이헨바흐 폭포에서 떨어져 죽은 것처럼 처리됐다가 다시 등장할 때까지 3년의 공백이 있었다. 그 기간에 홈즈가 조선에 왔다는 가정 하에 스토리를 구상하고 만들었다."
 
국내 1호 프로파일러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베테랑 추리소설가 손선영이 손을 잡고 조선에 온 셜록홈즈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표 의원과 손 작가는 30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추리소설 '운종가의 색목인들(엔트리)'을 발표했다.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책 '운종가의 색목인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선영 작가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소설에서는 셜록 홈즈와 조선의 명의 이제마, 희대의 연쇄살인마 잭 더 리퍼가 한 자리에 모인다. 동시대를 살았던 가상의 인물과 실제 인물이 한 데 얽혀 조선에서 일어난 색목인(외국인) 기생의 살인사건 등을 함께 헤쳐나간다. 
 
이같은 독특한 설정에 대해 표 의원은 "셜록 홈즈가 조선에서 활약하는 것에 대해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설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존 살인마인 잭 더 리퍼는 런던에서 거리의 여성을 대상으로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행방을 감춘다. 그런 잭 더 리퍼가 색목인 여성 기생과 함께 조선으로 왔다는 설정을 통해 셜록 홈즈가 조선 땅을 그저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이 곳에서 적수를 만나도록 했다. 코난 도일의 원작에서는 셜록 홈즈와 잭 더 리퍼의 대결 구도는 나타나지 않지만 이를 조선 땅에서 풀어낸 것이다. 
 
이제마는 잭 더 리퍼와 함께 등장하는 또 하나의 실존 인물이다. 표 의원은 "이제마 선생은 의술의 명인이면서도 선비였고 사회상에 대해 상당한 관심과 날카로운 식견을 가졌던 분"이라며 "홈즈에 버금가는 한국적인 분석가 내지는 의학을 바탕으로 한 탐정의 면모를 살려보고자 하는 생각이 많았고 우리의 토종 탐정 캐릭터를 살려내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동 작업을 위해 표 의원과 손 작가는 거의 매주 만나 수시로 의견을 나눴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스토리라인과 사실관계, 인물의 심리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이를 바탕으로 손 작가가 초안을 작성했다. 표 의원은 "초안을 보고 때로 변경 요청을 하면서 격론을 거치기도 했다"며 "(소설이) 온라인 연재로 시작돼 정해진 마감에 따라 바쁘게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국내 최초로 이뤄지는 프로파일러와 추리소설가의 협업인 만큼 소설의 리얼리티도 크게 높였다는 설명이다. 손 작가는 "지난 10년간 하루도 쉬지 않고 추리소설을 썼지만 자료를 구하는 데에 한계가 컸다. 표 의원과 협업을 통해 특정 높이에서 상처가 나면 혈흔이 어떻게 분사되고 방울지게 되는지를 이야기하며 리얼리티를 만들었다. 실제 증거와 리얼리티를 토대로 범인일수밖에 없는 올가미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표 의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프로파일러 출신인 표 의원의 장기를 살려 등장인물의 심리적 요소와 연쇄살인범의 심리와 행동, 범죄수법을 비롯해 범죄를 추적하는 탐정 내지 수사관의 심리수사 등 프로파일링적 요소도 소설 구조 속에 녹여냈다. 리얼리티를 한층 높인 스토리를 통해 그동안 외면받던 추리소설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싶다는 것이 두 저자의 공통된 바람이다. 
 
'운종가의 색목인들'은 추리소설이지만 우리가 추구해야 할 사회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던진다. 표 의원이 말하는 이 책의 메시지는 '생명의 보편적 가치'와 '권력에 대한 회초리'다. 색목인 기생과 기생집은 이를 이야기하기 위한 일종의 소재다. 당시 조선에서 가장 소외된 존재였던 색목인 기생을 통해 인권을 이야기 하고, 기생집을 현재 시점에서 정치권과 연예계의 수많은 스캔들이 벌어지는 곳과 겹쳐보이게 만들며 우리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와 성 상품화 문제 등을 고발하고 있다. 
 
이번 소설은 향후 '셜록, 조선을 추리하다'라는 시리즈 이름으로 계속 이어질 예정이다. 다만 표 의원은 "정치 참여와 관련해서 이번 책 출간이 실제로 좀 늦춰졌다"며 "의정활동이 바쁘다 보니 앞으로 협업을 할 수 있을지 염려가 되지만 노력은 하겠다"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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