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우성문기자] 하반기 완만한 반등이 예상됐던 미국 경제에 어두운 먹구름이 드리웠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라는 커다란 복병이 등장한 것이다.
마켓워치,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브렉시트 결과가 발표된 후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는 하반기 미국 경제 성장률을 2.5%에서 2.3%로 낮췄고 골드만삭스 역시 하반기 성장률 전망을 2.25%에서 2%로 낮췄다.
이는 1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인 1.1%보다는 높지만 지난 2014년과 2015년 성장률인 2.4%에도 미치지 못하는 부진한 숫자다.
2분기 들어 나온 주택, 소비 관련 미국의 경제 지표들은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를 키웠지만 이 지표들은 브렉시트 이전에 나온 만큼 하반기 미국 경제 전망이 한층 불확실해졌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24~27일 블룸버그가 2003명의 미국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중 34%는 “브렉시트가 미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뉴욕의 한 아울렛 매장에 세일을 알리는 간판이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많은 기관과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로 인한 제조업 및 무역 경기 악화에 대한 우려감을 내비치고 있다.
물론 미국 GDP에서 영국의 수출이 미치는 영향은 0.5%에 불과하긴 하나 유로존 전체와의 교역은 15%에 달한다. 따라서 유로존 상황이 악화된다면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짐 오설리번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하반기 미국 수출 전망치를 2.5%에서 1%로 낮췄다.
채권왕으로 꼽히는 빌 그로스는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미국의 무역 경기가 크게 악화될 것”이라면서 “이로 인해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이 50%로 높아질 것”이라고 비관했다.
USA투데이 역시 하반기 브렉시트로 인해 타격을 받을 분야로 제조업과 소비 및 기업 투자, 원유 생산 회사들을 꼽았다.
원유 생산 회사들의 경우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달러로 거래되는 국제유가에 부담으로 작용해 국제유가가 다시 하락하고 실적이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다수의 전문가는 하반기 더 큰 리스크로 금융 시장 불안을 꼽았다.
하반기 성장률을 하향 조정한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브렉시트가 미국의 실질적인 무역 경기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 "대신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무디스애널리틱스 역시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릴 경우 실물 경제 역시 함께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라이언 스위터 무디스애널리틱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몇 달간 금융 시장의 혼란이 소비자들의 행동과 기업의 투자 심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만약 금융 시장이 진정된다면, 브렉시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겠지만 혼란이 커지면 경제가 악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USA투데이 역시 금융 시장 혼란이 이어지면 기업 투자 및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탐 포셀리 RBC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기업 투자가 현재 가장 취약한 분야”라고 전했다. 기업 실적이 악화되면 자연스레 미국인들의 전반적인 소비 심리도 침체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USA투데이는 브렉시트로 인해 주택 시장은 하반기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며 국채 가격이 올라가고 국채금리가 계속해서 낮아지는 것은 모기지 이자율을 낮추기 때문이다.
한편 이와 같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다수의 전문가는 올해 말까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연준이 12월까지 금리 인상에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고 콘퍼런스보드 역시 금리 인상은 12월 한 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성문 기자 suw1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