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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포커스)브렉시트보다 무서운 글로벌 '부채 리스크'
중국 기업 중심으로 부채 치솟아…중국발 금융위기 우려도 커져
입력 : 2016-07-04 오후 12:00:00
지난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은 과도한 부채였다. 미국 금융기관이 주택구매자들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빌려준 돈은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폭탄이 돼 돌아왔다.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던 부채 리스크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전 세계를 강타했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충격이 조금씩 완화되면서 글로벌 부채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전 세계의 부채 총액은 이미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독일의 한 매체는 "브렉시트보다 더 큰 세계 경제의 위험 요소는 급격히 불어난 글로벌 부채"라고 지적했다.
 
[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부채를 기반으로 하는 경제성장이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국제결제은행·BIS)
 
중앙은행들의 중앙은행인 BIS는 최근 발표한 연례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부채 정책을 강력히 비판했다. BIS는 258쪽에 달하는 보고서에서 제로금리에 의존해 부채로 경기를 부양하는 현재의 정책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각국 정부가 부채 기반의 성장 정책을 버리고 보다 지속가능한 확장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BIS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말 110조달러에 약간 미치지 못했던 글로벌 부채는 지난해 말 140조달러 수준으로 증가했다. 부채는 선진국과 신흥국 모두 빠르게 늘었다. 현재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은 250%를 넘어섰으며 신흥국의 경우에도 170%에 달한다. 
 
절대적인 부채 규모 자체가 높다는 것 이외에도 전 세계적으로 생산성이 낮아졌고, 경제위기 상황에 중앙은행이 가용할 수단이 적어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클라우디아 보리오 BIS 통화정책 및 경제분과 대표는 이를 두고 "위험한 삼위일체(risky trinity)"라고 표현했다. 
 
우선 부채비율이 역사적 고점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금융시장이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 금융시장 전반의 안정성이 약해진 것이다. 부채를 줄여 나가려면 미래의 수입과 생활수준이 개선돼야 하는데 현재의 낮아진 생산성으로는 이를 기대하기 힘들다. 게다가 부채로 경기를 끌어올리며 이미 많은 국가의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제로(0) 혹은 마이너스까지 내렸다. 앞으로 경제 위기가 또 닥친다면 더 이상 조정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보리오 대표는 부채경제가 지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각종 세금과 보조금 정책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채 경제의 위험성을 말한 것은 BIS만이 아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지속가능한 성장 전략 대신 빚만 늘려나가는 각국의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특히 IMF는 지난 4월 '세계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하면서 9000억유로에 달하는 유럽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금융위기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글로벌 부채 리스크의 뇌관
 
국가별로 봤을 때 현재 부채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중국이다. 중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부채 문제가 부각되면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유명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는 부채로 일궈온 중국 경제가 지난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 상황과 유사하다며 중국의 경제위기 가능성을 말했고,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중국 경제가 과도한 부채 위험으로 경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부채 수준이 금융위기 이전 규모로 증가하며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부채가 급증하며서 중국발 부채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
 
국제신용평가사들도 부채 문제를 이유로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조정했다. 무디스와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이미 지난 3월 중국의 부채 급증에 따른 재정 취약성을 지적하며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전환했다. S&P는 신용대출 증가세가 성장률을 상회한다면 추가 강등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피치는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내리지는 않았으나 중국의 부채가 증가할 경우 금융권 시스템 리스크를 고조시킬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BIS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의 가계와 비금융기업, 정부 부채를 모두 더한 총부채 규모는 172조3000억위안으로 GDP의 254.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해외 주요 기관들은 중국의 부채가 GDP의 200~350%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맥쿼리는 중국의 GDP 대비 부채비율을 350%로 추정했는데 이는 일본(388.2%)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지난 1995년 이후 연평균 18% 정도였던 중국의 부채 증가 속도는 금융위기 이후 20% 이상으로 높아졌다. 지난 2007년 약 40조위안이던 중국의 부채는 지난해 8년 만에 170조 위안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GDP 대비 부채 비중도 2008년 150%에서 지난해 250%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자료/국제결제은행(BIS)·포스코경영연구원
 
부채가 이렇게 빨리 늘어난 것은 중국의 성장 방식 때문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중국경제의 잠재 뇌관, 부채 리스크'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부채 급증은 부채에 의존한 경기부양 방식에 기인하며 최근에는 기업들이 채무 이자 상환과 해외 기업 인수를 위해 대출로 자금을 조달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4조위안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고 통화완화 정책과 부동산 활성화 대책 등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전반적인 부채가 증가하게 됐다. 최근에는 경기 둔화 상황에서 빚을 내는 기업이 많아지면서 기업 부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부채가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파이낸셜타임즈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 중국 국무원과 인민은행, 재정부,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은행감독위원회 등이 공동으로 국가 부채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처음으로 부채 문제에 대해 공개적인 이야기를 했다. 이 자리에서 당국자들은 은행권 대출은 안정적이며 통제 아래에 있다고 진단하며 기업부채가 다소 많긴 하지만 경기상황에 따라 더 늘릴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기업부채, 신흥국·선진국 모두 위험
 
부채의 종류로 보자면 기업 부채 문제가 가장 심각하다. 영국의 텔레그래프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업 부채가 증가해 리먼사태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며 "10년만에 다섯배 증가하며 25조달러로 불어난 신흥국 기업 부채와 함께 최근 급증한 미국과 유럽 기업의 정크본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흥국 기업 부채의 중심에도 중국이 있다. 기업 부채는 중국 총 부채의 67%를 차지하며 GDP 대비로는 171%에 달한다. 연평균 증가 속도는 20%가 넘는다. 이렇게 된 것은 중국 정부가 경기 진작과 금융시장 안정을 동시에 도모하면서 회사채 발행을 적극 유도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은행에서 과도한 빚을 져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키우는 대신 직접 위험을 부담하도록 한 것이다. 경기둔화로 수익성이 악화된 기업들은 빚을 내 이자를 갚았고, 해외 기업을 인수합병(M&A) 하는 과정에서도 대규모 대출을 받았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기업의) 회사채 발행이 급증하기 시작했다"며 "올 1~4월 발행규모는 1조2000억위안으로 지난해 연간 발행규모인 1조3000억위안만큼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경기둔화와 제조업 공급과잉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빚만 늘어나자 디폴트(파산)에 빠지는 기업들도 늘었다. 정부 중심인 중국 경제 특성상 국유기업의 부채가 증가했을 때에는 정부의 암묵적 보증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지만 지난해 4월 이후 국유기업에서도 디폴트가 빈번하게 발생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IMF도 최근 중국의 과도한 기업부채가 경제성장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투기 등급 저신용 기업들이 발행한 정크본드가 골칫거리다. 금융위기 이후 북미와 유럽 기업들이 발행한 정크본드는 1조9000억달러에 달한다.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해서 두배나 많은 규모다. 문제는 이들이 빌린 돈을 가져간 목적지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자사주매입이나 배당금, M&A를 위해 차입금을 이용해 재무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금융기구(IIF)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CCC등급 회사채가 이미 위험수위에 달했고 기업 부도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2년 전 44%였던 디폴트 채권의 회복률은 현재 29%로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원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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