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크게 작게 작게 메일
페이스북 트윗터
(독자 기고)인구 36만 자족도시, 하남을 위한 공공정책 철학과 방향
입력 : 2016-11-07 오후 5:33:48
시민의 일생을 책임지는 도시의 공공정책
 
정현종 시인의 시, ‘방문객’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한 사람이 온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조만간 20만 도시에서 36만 도시로 급속히 인구가 증가하는 하남시는 새로운 시민들을 맞을 준비를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시민들은 하남시 변화와 방향에 대해 충분히 공감을 하고 있는 것일까? 36만 도시로 가는 하남시의 공공정책은 깊은 구상 속에 준비되고 있는가?
 
북미 지역 도시 비교 연수과정에 만난 미국 버먼트주 벌링턴시와 캐나다 퀘백주 몬트리올시 공공정책과 시민사회 공동체의 역사와 진행 과정을 통해 하남시의 공공정책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하남시 공공정책, ‘돈 보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철학 지켜주길
 
하남시의 도시 개발 비리 논란과, 스타필드 개장 및 대형 할인매장 입점 등이 초래하는 지역 상권과의 상생 문제, 급속한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인프라(교육, 문화 등)의 부족 문제 등 모두 시민보다 돈이 우선하면서 드러나고 있는 문제점들이다. 하지만 문제점을 예상하고 대비해야 할 지방정부는 비리 논란의 중심에 서 있고, 시의회의 견제 기능은 취약하며, 시민들의 목소리는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 살기 좋은 10대 도시에 선정되었던 동부 버몬트주 벌링턴시 공공정책 철학은 하남의 도시 마스터플랜 집행 과정에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 벌링턴시는 미국 민주당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버니 샌더스 후보가 1981년 이후 20년간 시장과 상하원 의원을 역임한 도시이다. 벌링턴시 정치인과 시의회의 공공정책 철학은 지역에 기반한 사업을 개발하고 주택정책을 통해 중산층과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높여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표적인 공공정책 브랜드를 만들었다.
 
벌링턴시의 대표적인 브랜드 ‘시티마켓’은 2002년에 개장한 대형 슈퍼마켓이다.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 중인 이 마켓의 조합원은 지역 주민 10,987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1년 매출이 약 3900만 달러(약 470억)에 이른다. 미국 내 3천여 개의 협동조합 중단일 매장으로 제일 높은 매출액을 올리고 있으며, 230여 명의 직원이 일하고 매장에 있는 물품 1/3이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다. 2002년 대형 슈퍼 체인점인 샤우스(Shaw's)가 현재 시티마켓 자리에 입점하려고 했으나 시의회가 막고 시티마켓에게 기회를 주었다. 월마트, 코스트코, 샤우스 등 대형 마트가 없어도 벌링턴시 시민들은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시티마켓이 지역 경제의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비결의 핵심은 생산자-유통자-소비자, 이 세 가지 영역의 주체들이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특히 지방 정부가 지역에 기반한 사업 지원을 통해 시민 공동체 형성을 지원했다는 것이다.
 
<벌링턴 시청 근처에 있는 시티 마켓, 2015년 28만 6천 달러(약 3억원)를 지역사회에 기부했다>
 
또한 벌링턴시는 돈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은 도시개발 정책과 주택정책이 도시 공동체를 살리는 공공정책을 추구하였다. 벌링턴시를 따라 흐르는 챔플레인 호숫가의 워터 프론트 공원이 대표적인 예이다. 1980년 초 전임 시장은 호숫가에 고층 콘도 건물을 짓는 프로젝트를 지지했으나, 샌더스가 취임한 이후 수많은 공개 토론과 논의 결과를 반영하여 시민을 위한 공원을 조성하였고, 지금은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1967년 덴마크에서 ‘아이들에게는 100명의 부모가 필요하다’는 ‘마을 논쟁’ 촉발 이후 시작된 공동주택, ‘코우 하우징’(Co-Housing)은 벌링턴 시내 근처에서도 볼 수 있었다. ‘벌링턴시 동부 공동주택’은 약 1만평의 공간에 32가구가 모여 사는 아파트 단지로 싱글형, 2인 가구형, 다가구형 등으로 형태가 다양했다. 특히 노년층과 장년층, 청년층 등이 1/3씩 골고루 세대 구성이 되어 있으며, 세대별 독립 공간 이외에 아파트 공동협회가 관리하는 거실과 부엌, 외부 손님을 위한 게스트 하우스, 세탁실 등의 공동 공간이 있다. 태양열 에너지 자립 주택으로 쓰고 남은 에너지는 적립하여 되돌려 받는다. 지역 주민들이 토요일 아침에 모여 공동 텃밭을 관리하고, 아파트 중앙에 있는 널찍한 공동 거실과 식당에 모여 음식을 나누며, 이 곳에서 만난 피터와 셜리 두 노부부는 이웃집 어린 아이들을 돌봐주며 뒷세대를 돕는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산다고 했다. 사람을 중심에 두는 주택정책을 추진한 지방정부의 공공정책이 벌링턴시를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10대 도시로 만든 것이다.
 
<공동 주택 거실에 걸린 미션, 피터와 셜리의 아파트 거실>
 
<공동주택 단지내 옥상에 설치된 태양열판과 빗물 모음통>
 
지속가능한 도시 하남을 위한 공공정책, 사회적 경제 활성화되어야
 
정책이란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개인이나 조직, 기업, 정부 등 행위자나 기관이 취하는 공식적인 결정 또는 행동 계획’을 말한다. 특히 공공정책(Public Policy)은 ‘국가 기관이 법률, 조례, 입찰, 서비스 등의 정책 수단을 통하여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행동’으로 규정할 수 있다.
 
시민의 삶,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하남시의 공공정책 방향에서 ‘사회적경제’ 분야는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회적경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공동체 조직(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등)을 만들고, 그 조직을 운영하면서 얻은 수익을 다시 지역 문제 해결에 투자해서, 공동체를 살리고, 지속가능한 사회와 도시를 만들어가는 경제다.
 
<2016 GSEF 개회식. 경기도 및 서울시 연수단도 참석했다>
 
지난 9월 7일부터 9월 9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2016 글로벌 사회경제포럼(GSEF: Global Social Economy Forum) 국제회의’에 참가하였다. 이번 총회 주제는 '혁신적이고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지방정부와 사회적경제조직의 협력'으로 62개국 330개 도시에서 50여명의 시장단 등 1800명이 참가했다.
 
이번 총회에 참가한 경기도는 ‘따복공동체’(따뜻하고 복된 공동체)가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고 교육, 복지, 노인, 저출산, 일자리 등과 관련된 사회적 일자리 만들기, 사회적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사례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하남시 역시 2015년 관련 조례를 통과시키고, 사회적 기업 인증과 재정지원을 통해 사회적기업을 육성하고 있지만 세계 도시, 경기도내 자치단체들과 견주어 보았을 때, 중간지원 조직도 없고 예산도 부족하다.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시 지역 재생 사회적기업은 사회적경제 활성화 모범사례이다. 1989년 몬트리올시 테크노폴(철도산업단지) 지역이 철도산업의 쇠락으로 폐업과 실업, 빈곤의 나락으로 빠져들자 주민들과 지역 활동가들이 지역사회 재건을 위해 ‘테크노폴 앵거스’라는 지역 개발 사회적 기업을 만들었다. 테크노폴 앵거스가 재건한 기업단지에는 모두 46개 기업이 입주해 있고, 그 중 9개 기업은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회적 기업이다. 지역 활성화를 통해 지금까지 1,500명의 지역 주민들을 재고용하여 안정된 삶을 제공했다.
 
< 테크노폴 앵거스 지역개발 조감도. 불빛이 들어온 곳이 현재까지 개발된 지역임>
 
이렇게 사회적경제 기업들은 돈 보다 사람을 중요시 하는 철학을 바탕으로 매출과 영속성뿐만 아니라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실천한다. 지역 공동체들이 살아야 도시가 지속가능해진다. 캐나다 퀘벡주 협동조합 조합원 수는 880만 명으로 거주민인 800만 명보다 더 많다. 사회적경제(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마을 기업) 종사자는 15만 명 이상이고, 조직은 7천 개가 넘으며 퀘벡주 총생산의 약 10%~15% 수준으로 사회적 일자리, 사회적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하남시가 공공정책에서 사회적경제가 차지하는 비중과 현실을 살펴보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비교를 통해 공공정책 방향 설정에 참고할 필요가 있다. 특히 경기도가 10월 25일~27일 ‘행복한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사회적 금융‘을 주제로 국제회의를 개최하였는데 하남시에서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시민의 참여로 완성되는 공공정책
 
지속가능한 도시 하남은 ‘제대로 된 공공정책’에 달려있다. 지방정부의 공공정책 철학에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면 더 이상 하남 도시 역사에 개발 비리 논란은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디트로이트시는 과거 100만이 넘었던 인구가 자동차 산업과 철강 산업의 부진, 인종 갈등 속에 인구가 70만으로 위축되자 급기야 2013년에는 파산보호 신청을 하였고, 높은 범죄율과 안전 문제로 살기 어려운 도시로 전락했다. 아직도 시내 곳곳에 사람이 살지 않는 주택, 버려진 상업용 빌딩과 공장, 황폐화된 건물이 많아 그 상처를 엿볼 수 있었다. 반면 미국의 벌링턴시, 캐나다 몬트리올시는 돈보다 사람을 우선하는 공공정책과 지역 공동체에 기여하는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통해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그들이 원하는 도시를 만들어가고 있다. 제대로 된 공공정책이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바꾸는지 보여주는 상반된 예라고 할 수 있다.
 
2016 GSEF 회의를 마치고 1,300킬로미터를 달려 캐나다 동남부 노바스코샤의 세네벡스(StFX) 대학의 ‘코디 국제 연구소’(Coady International Institute)를 다녀왔다.
 
<코디 박사 사진. 코디국제연구소는 현재도 개발도상국 리더들을 교육하는 국제연구소이다.>
 
코디(Moses Coady) 박사는 안티고니시 운동(Antigonish Movement)을 통해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주민들의 비참한 삶을 개선한 지역 공동체 활동가였다. 이 운동은 한국전쟁 이후 가난한 한국 공동체 활동가들에게 큰 희소식이었고, 한국의 신용협동조합 설립의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한국전쟁 당시 한국에서 활동하던 가브리엘 수녀님이 안티고니시까지 가서 신용조합 육성과 운영에 대해 배워 온 것이다. 이후 가브리엘 수녀님이 부산으로 돌아와 신협운동을 전개하였고, 가난한 나라 빈민들이 자립정신으로 신용협동조합을 만들고 키울 수 있도록 밑바탕이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하남에도 코디 박사처럼 주민들과 함께하며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이 많다. 하남시는 그런 분들과 시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하남시 미래 청사진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하남시 앞에 두 가지 다른 길이 있다. 공공정책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지향하는 지속가능한 삶의 도시 하남으로 갈 것인가? 표류하는 공공정책에 편승하여 통제받지 않는 자본이 환경과 공동체를 해치는 도시 하남으로 갈 것인가?
 
낭비할 시간과 자원이 ‘하남’에게 많지 않다. 주민을 위한 주민과 함께하는 행복 도시 하남의 길에 대한 토론과 논쟁과 합의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향후 36만으로 확장되고 비대화될 하남에서 시민들이 도시 계획 (Urban Planning)에 참여하는 실천과 가버넌스 보완이 필요하다.
 
김상호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위원
 
박주용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


- 경제전문 멀티미디어 뉴스통신 뉴스토마토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