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중국발 악재에 시달리는 국내 배터리업계가 유럽과 국내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화학, 삼성SDI, SK이노베이션)는 유럽 생산기지가 내년부터 본격 가동한다. 정부의 전기차 육성 방침으로 국내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
중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보유한 LG화학과 삼성SDI는 사드 배치 이후 노골화된 중국의 보복 조치에 생산물량을 수출용으로 돌려 방어하고있다. LG화학 중국 난징공장(왼쪽)과 삼성SDI 시안공장 전경. 사진/각 사
LG화학은 지난 7월 준공을 마친 폴란드 공장을 연말부터 가동해 내년부터 본격적인 양산한다. 연간 10만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폴란드 공장 가동으로 국내 오창과 미국 홀랜드, 중국 남경 등 4개국 생산체제를 구축해 연간 28만대 이상의 전기차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 5월 기존 헝가리 공장을 전기차 배터리 생산거점으로 전환한 삼성SDI는 이미 인력 채용과 설비 구축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삼성SDI 헝가리 공장은 연간 약 5만대 분량의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헝가리 공장이 본격 가동에 돌입하면 연간 10만대(울산 6만대, 시안 4만대)에서 15만대 규모로 생산 능력이 커진다.
후발 주자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연내 유럽 공장 착공을 목표로 부지 선정 작업에 한창이다. 완공까지 1년여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말 가동도 가능하다. 유럽 공장 가동이 완료되면 생산능력은 현재의 4배 수준으로 늘어난다.
SK이노베이션이 현재 유일하게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는 충남 서산 공장. 유럽 공장 가동 이후 SK이노베이션의 생산물량 역시 현재의 4배 수준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사진/SK이노베이션
이미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LG화학과 삼성SDI가 전 세계에 출하한 전기차용 배터리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07%, 89.1%씩 증가했다. 이에 비해 일본 파나소닉과 중국 CATL은 32.5%, 22.7%씩의 증가에 그쳤다.
국내 전기차 시장도 본격 성장궤도에 진입한다. 친환경을 에너지 정책의 화두로 꼽은 정부가 미세먼지 감축의 일환으로 전기차 육성에 힘을 쏟는다.
정부는 지난 26일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12개 관계부처 합동으로 확정한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으로 국내 친환경차를 오는 2022년까지 200만대(순수 전기차 35만대)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업계는 내수시장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확대할 수도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는 올 상반기 기준 4만978대로, 같은 기간 미국(26만5803대)의 15%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1년 새 7배나 성장하며 잠재력이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경우 당장의 상황도 무시할 수 없지만 향후 시장 대응을 위한 기반 확보가 중요하다"며 "현재 업계 악재로 작용 중인 중국 리스크에도 현지 시장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 역시 그 시장 규모 때문인데 국내 시장이 커지면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