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건축가의 계보를 잇고 있는 그는 최근 몇 년간 광화문에 빠져있다. 스스로 “사무실 이름이 ‘광장’인 것처럼 마지막 작품이 (광화문)광장일 수도 있겠다”라고 말할 정도다. 김 위원장은 광화문포럼의 위원장을 맡아 각계 전문가들과 시민들의 목소리를 모아 밑그림을 완성했다.
촛불혁명의 주무대였던 그 곳이 어떤 공간으로 재탄생할지 김 위원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편집자주)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안) 시민광장 조감도. 사진/서울시
광화문포럼은 어떤 활동을 진행했나.
광화문포럼 위원장으로서 서울시의 제안을 받아 거의 1년 이상 엄청 열심히 일했다.
나 혼자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가 광화문포럼 위원들을 한국 최고의 건축가, 도시계획가, 조경전문가, 교통 전문가, 역사학자 등을 뽑아줬다. 이런 사람들 30명을 모아 토론을 통해 광화문이 어떻게 됐으면 제일 좋겠는가를 결론을 내달라고 하니 정말 재밌고 흥분됐다.
위원장 자리를 수락한 이유는.
처음에 박원순 시장이 승효상 건축가를 통해 위원장을 맡아 달라 했을 때 내가 고령에 일이 벅차고 일이 많아 일을 제대로 못하면 다른 사람 자리를 차지하고 남에게 폐 끼칠까 망설였다. 승효상의 얘기는 우리 같은 경륜, 나이에 카리스마가 있어야 할 수 있다. 하나의 결론으로 끌고 가려면 그런 게 필요하다해서 맡았는데 하다가 보니까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고 국가의 상징, 국민의 구심점, 여러 가지가 자연스럽게 모아지더라.
옛날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 사대문 안에는 언젠가는 자동차 금지다. 이 고도에는. 그리고 이 안에는 고층 빌딩 허가하면 안된다. 어디서든 산이 보여야 하고. 집사람에게 물어봤다. 광화문 광장에 차 하나도 안 다니고 유모차 다니고 유럽의 광장처럼 드러누워서 책 보고 낮잠 자고 그러면 어떨까라고 물었더니 택도 없다고 했다.
‘보행자 전용 광장’이라는 결론은 어떻게 나왔나.
처음에는 중구난방 언성 높이고 싸웠는데 결론이 100% 보행자 전용 광장을 만들자였다. 지하화하든 우회를 시키든 100% 자동차 안 다니는 보행자 천국이다. 100년이 될지, 50년이 될지는 몰라도 폭 120m, 길이 600m 광장을 차 하나도 안 다니는 걸로 작년 12월에 결론을 냈고, 그대로 국제 현상공모를 할 예정이었다. 제일 걸림돌은 교통 전문가들의 반대가 심했다. 한마디로 교통 대란이 일어난다는 얘기다. 그러던 와중에 촛불집회가 일어나 버렸다.
그 전까지는 그럴 기회가 없었는데 사람들이 광장에서 추위에 퍼질러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고 하늘을 보며 ‘광장이 참 좋다’ 느낀 거다. 나중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청와대를 광화문으로 옮기고 광장으로 나와서 막걸리를 마시겠다는 얘기도 하고, 촛불 그때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 사회·정치적 문제를 떠나서 아름다운 도시의 중심의 광장은 시민들이 유모차 끌고 와 낮잠 자는 데가 돼야 한다.
서울시가 4월 발표한 조성계획안은 포럼 결론과 달랐다.
나는 이게 좀 조심스러운데 왜 포럼의 결론과 서울시의 발표가 다른가. 이것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포인트인가 보다. 서울시도 시장부터 담당까지 다 ‘참 좋다’라고 했던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사람들(서울시)이 발표를 잘못한 것이 광화문포럼에 맡겨놓고 새로운 안을 발표한 것이다.
얘기를 들어보니 청와대가 광화문으로 옮긴다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청와대와 조율하는 과정에서 경호실에서 브레이크를 걸었다. 지하 굴착 공사는 안 된다. 지하에서 차량 폭탄이 터지거나 할지도 모른다. 지하화해서는 안되고 결론적으로 지상우회안이라고 ‘결정’이 아니라 ‘검토’했습니다라고 나온 것 같다. 언젠가는 우리 안으로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전면 보행자 광장 안’ 추진이 가능하다는 얘긴가.
서울시도 인정을 했다. 서울시 발표안은 광화문포럼의 결론으로 가는 징검다리다. 그래서 ‘이렇게 갑니다’가 아니고 애매하게 ‘검토하겠습니다’가 나온 거다.
8월쯤에 국제 현상 공모를 발표하는데 전면 보행자 광장도 포함시켜야 한다. 중간 과정으로 이걸 거친다 그걸 현상 공모로 오픈하자. 우리 시민들이나 언론, 지식인, 정치인들이나 요새 말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치자. 국민 전체의 일이니까 공론화하자.
청와대 광화문 이전 논의를 풀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도시계획을 하는 건축가 입장에서 하는 얘기지만 호응을 받았으면 좋겠다. 경북궁과 창덕궁 사이 송현동에 미 대사관 직원 숙소 있던 땅이 있다. 삼성이 미술관 짓겠다고 샀다가 지금 대한항공이 소유자다. 삼성도 그렇고 대한항공도 칠성호텔 짓겠다고 하다가 학교법에 어긋나서 못했다. 제가 제안하는 것은 거기다가 아무 것도 못하니 청와대나 대통령 집무실을 아담하게 지었으면 좋겠다. 왕기가 서려 있는 땅이라 개인이나 기업이 하는 게 아니라 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맞다.
또 지금의 청와대를 어떻게 할 것이냐? 광화문 광장에 앉아서 보면 광화문, 근정전, 북악산 보이고 그 전에 청와대가 보인다. 정도전이 도시 계획을 할 때 경복궁이라는 것이 왕의 거처이고, 광화문이라는 것이 백성들의 시선은 왕을 바라보는 거다. 우린 이제 임금이 없으니까 그 자리를 민주사회의 대통령이 들어앉으면 안 되는 거다. 개인적으로는 헌법기념관 같이 국가 전체를 상징할 만한 시설이 들어오고 대통령은 명동이나 광화문광장보다는 송현동이었으면 좋겠다.
광화문포럼 내부에서 지하도시 조성 얘기도 나왔는데 실현 가능한가.
박원순 시장 들어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 우선이라는 얘기를 하고 사대문에 자동차를 제한하는 녹색교통진흥지구 같은 교통대책, 자전거 전용도로를 하고 있다. 또 GTX도 확정됐고 신분당선도 거기로 지나가고 해서 지하 굴착은 어쩔 수 없다.박원순 시장이 제 제안을 받아들여 국세청 별관을 허물고 지하를 파서 공사를 하고 있다. 그게 다 되고 나면 지상에 넓은 녹지광장이 생기고 땅을 파는 계획이 광장하고 연결이 된다.
또, 파이낸스센터 소유주인 싱가포르에서 먼저 제안해 프레스센터, 지하철까지 연결해주는 걸 돈 한 푼 안 들이고 추진하고 있다. 그럴거면 꾸불꾸불하게 연결할게 아니라 롱텀으로 지하도시를 만들자. 제가 롤모델로 삼고 있는게 슈투트가르트 중앙공원의 역인데 옛 철로를 지하 5층까지 파서 지하 도시를 만들었다. 지하 4층까지도 햇볕이 다 들어오고 나무 심고 에코 프렌들리가 따로 없다. 지하를 파면 도심의 스페이스 이용도를 최고로 높이는 방법으로 수도권 과밀에만 매달리지 말고 활용할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 토론토에 가면 성당, 미술관, 박물관도 있고 다 있다. 상업시설이나 부대시설도 넣을 수 있고 강남의 영동대로 통합개발보다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