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해곤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의 '일방통행' 행보가 탈원전 선언 1년이 지난 지금 다시 갈등을 키우고 있다. 한수원의 기습적이고 일방적인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결정 이후 노조와 지역민들의 반발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 노조와 환경운동실천협의회, 원자력살리기 국민연대로 구성된 원자력 정책연대는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전격적인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천지·대진 신규 원전 4기의 사업종결 결정을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원자력 정책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한수원은 첩보작전 하듯 이사회를 개최해 원전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사업 종결을 결정했다"며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한수원은 지난 15일 서울에서 기습 이사회를 열고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 조기폐쇄를 의결했다. 이 자리에서는 신규 건설 예정이던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 등 원전 4기 건설 백지화도 함께 결정됐다.
문제는 한수원이 이사회를 열었던 과정이다. 한수원은 이사회 개최 사실을 사전에 알리지 않았다. 관할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노동조합, 언론은 물론 지역주민 등과의 협의도 전혀 없어 과정에서의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한수원 이사회 개최 소식을 당일에 처음 접했다"며 "주무 부처도 개최 이전까지 내용을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현재 월성1호기는 지난 2012년 노후설비 교체 및 안전성 강화비용으로 5600억원을 투입해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2022년까지 계속운전을 승인받은 상태다. 이날 한수원 노조는 "수명연장 시 노후설비 교체에 5600억 원, 지역상생협력금 1310억 원을 투입했는데 이러한 비용 부담에 대한 책임은 누구의 몫"이냐며 "또 다시 국민의 혈세를 쓰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역사회도 한수원의 이같은 일방적인 결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주낙영 경주시장 당선인도 한수원 이사회 결정 이후 "일자리 감소, 협력업체 일감 축소, 주변 상권 침체 등 지역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수원의 이 같은 일방적 결정은 지난 2015년 6월 8일 월성1호기 가동 연장 합의 당시 경주시장과 주민대표, 한수원사장간 맺은 합의사항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반발에 대해 한수원측은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떨어져 조기 폐쇄한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한수원 측은 "원전 계속 운영을 위해 넣은 투자 금액은 금융 비용을 포함해 5925억원이지만 추가 안전 설비 비용, 높아진 전력 생산 단가 등을 고려할 때 2018년 6월 말 기준 잔존 가치가 1836억원에 불과해 경제성이 낮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앞서 2013년 국회 예산정책처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월성 1호기 계속 운전시 미시행 대비 1395억원에서 3909억원의 이윤이 발생한다고 분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당시와 달리 후쿠시마 사태 이후 안전성 보강에 들어간 비용과 발전 원가가 판매가 보다 낮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영업비밀을 이유로 정확한 상세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설계용역 단계에서 멈춰선 신한울 3·4호기 건설 마저 백지화 될 경우 갈등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 울진군에 건설 예정인 신한울 3·4호기는 당초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서 백지화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이사회에서 신한울 3·4호기는 심의 안건에서 제외됐지만 '탈원전'을 내세운 분위기에 곧 백지화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현재 발전사업 허가를 받고 주요 기기도 사전 제작 중인 신한울 3·4호기도 백지화 될 경우 이에 대한 보상 여부도 후폭풍으로 다가올 것이라는 게 업계의 우려다. 한수원은 "정부의 정책으로 신규 원전 건설 중단에 따른 매몰 비용을 청구할 것"이라며 "정확한 보전 금액을 추산하지는 않았지만 460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최연혜 의원 등 의원들과 지역 인사들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의 월성 1호기 조기폐쇄와 신규 원전 4기 건설사업 중단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