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1년 내에 벌어질 기술 변화를 과대평가하고 10년 내에 일어날 사회적 변화는 과소평가한다.”
오래 전부터 IT 분야에서 회자되는 이야기이다. 전자 상거래라는 용어는 너무나 오래되고 식상한 용어로 인식되지만 국내 전자상거래 규모는 40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인터넷 도입 20년 만에 디지털 경제의 규모는 매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몇 달 전 발표된 디지털 중국 건설 발전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디지털 경제 규모가 약 5000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30%를 차지한다고 한다. 또 최근 발표된 구글 보고서에 따르면 동남 아시아 지역의 디지털 경제 규모가 앞으로 7년 간 3배 가량 성장한 25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는 디지털 경제를 어떻게 평가하고 그에 대한 제도와 정책은 현실을 따라가고 있을까.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도입되고 소프트웨어가 모든 산업에 적용되면서 산업은 변화하고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생산성이 급증하고, 경제 전반의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가정에서부터 회사 사무실, 농장, 공장, 상점 등 인터넷에 연결된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 서비스들은 운송, 배달, 의료, 법률 등 서비스 업종 대부분이 소프트웨어로 혁신적으로 변화 중이다. 디지털 경제의 효과를 측정하고자 하는 데에 큰 이슈 중 하나는 많은 인터넷 서비스와 콘텐츠들이 공짜로 소비되기 때문에 통계에 잘 나타나지 않는 점이다. 또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들이 ‘프로슈머’로서 제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높이는 과정에 점점 더 참여하고 있으나 이런 내용이 기존의 통계 집계에 반영되기가 쉽지 않아 표면적으로 과소평가되고 있다.
MIT의 에릭 브린졸프슨 교수는 디지털 경제 중 상당 부분의 서비스가 공짜이기 때문에 국내총생산과 같은 통계에서도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실제로 디지털 기술로 효용을 얻고 있지만, GDP 계산는 잡히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과 같은 서비스는 사람들이 일을 할 때 생산성을 높여주지만 생산성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다. 1990년대 이후 IT 기술로 생산성이 향상됐지만 집계된 GDP는 줄어드는 이른바 ‘생산성 역설(productivity paradox)’이다.
또한 인터넷 서비스가 국경을 넘다보니 세금 이슈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구글과 같은 인터넷 검색 서비스는 제조업과는 달리 국경을 초월해 서비스가 다국적으로 이루어진다. 과세는 영업장이 있는 나라에서 이루어지는데, 규모가 커지면서 영업장의 위치에 상관 없이 매출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세금을 디지털세(Digital Tax)라고 하는데 흔히 구글세라고 불린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듯 차를 생산하지 않는 우버 같은 기업이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보다도,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는 에어비앤비 같은 기업이 대형 호텔 체인보다도 높은 기업가치를 갖는 시대이다. 디지털 경제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산업을 삼키는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지만 경제 통계적으로는 잘 포착이 되지 않고 있다. 기존 통계의 정의와 분류와는 달리 디지털 경제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데이터 등과 같은 무형재로 구성되어 있으며 산업과 기술 분야를 융합하여 혁신적인 사업모델이나 정보 재화를 만들어 낸다.
이런 통계 상 과소평가는 정책이나 기업전략 등 과소 대응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규제, 정책 및 조세제도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경제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디지털 경제에 대한 GDP 과소평가나 물가지수의 과대평가는 통화정책, 재정정책 등 주요 경제 정책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개별 기업들도 디지털 경제에 대한 투자 검토를 할 때에 디지털 경제를 과소평가해 적절치 못한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
현재 국내의 디지털 경제 평가에 대한 국가 차원의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다. 문헌 조사를 해보니 10여년 전의 연구가 대부분이며 디지털 산업에 대한 데이터 축적도 거의 진행되고 있지 않다. 미국의 경우 구글, 페이스북 등 개별 기업 차원에서의 디지털 경제 영향 보고서를 작성·공개하고 있다. 또한 뛰어난 학자들이 디지털 경제 평가를 위한 방법론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정량적·정성적 분석을 통해 디지털 경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평가해 현실을 반영하는 통계를 축적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