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자주 보여 '발로 뛰는 구청장'이란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발로 뛰는게 좋다. 시는 정책 기능과 현장 집행 기능과 혼재하는데 구청은 주로 정책 수립보다는 현장에서 정책을 집행하는 기능이 중점이다. 행정 집행체계로 보면 가장 현장과 맞닿아 있는 기관이기 때문에 계속 정책 현장에 가서 정책 집행이 잘 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의견을 듣는 게 제 일이다. 신발 바닥이 계속 닳아야 한다.
시에서 30년간 일을 했는데 정책 결정할 때 머리 아픈 일이 한두 개가 아니다. 정책 목표와 가치라는 게 충돌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고려할 부분이 많아서 밤새 고민할 때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여기는 공동체에서 우리 삶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직접 해결해야 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청소 문제가 됐든 교통 문제가 됐든, 아니면 아이들 보육 문제가 됐든 직접 현장에 발로 뛰어다녀야 되다보니 머리는 조금 맑다. 대신 발은 좀 바쁘다. 여기저기 다녀야 되니까.
서울시청 근무시 '현장시장실'과 '찾동' 정책을 만들어 성공시켰다. 중랑구에서는 어떤 혁신정책을 기대할 수 있을까.
제가 했다기보다는 다 박원순 시장 지휘 하에 다 파트별로 역할을 해서 한 것이다. 저는 비전과 현장 두 가지가 같이 가야 된다고 본다. 우선 중랑의 미래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비전과 정책을 만들어 내야한다. 중랑은 경제 기반이 취약하다. 면목동에 다세대 주택, 신내동에 중소형 공동주택만 계속 짓다 보니까 주거 비율만 높고 상업 지역은 1.9% 밖에 안 된다.
그래서 저희가 신내 차량 기지 이전해서 기업 단지를 조성하고 망우역을 복합 개발해서 거기에 상업과 유통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또 봉제지원센터를 만들어 봉제 산업의 허브 기능을 하도록 조성하고, 교통 인프라로 면목선 경전철을 만드는 등 기본 인프라와 방향을 결정하기 위한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미래를 결정하는 프로젝트들은 많은 시간과 많은 재원과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우리 생활의 질과 직결된 청소 문제에 주목해 일주일에 한 번씩 직접 나가 청소도 하고 있다. 또 '중랑마실'이라고 직접 현장에서 소통하려고 시장에도 가고 학교에도 가고 있다. 16개동을 다 다니며 공감 토론회를 하면서 주민들의 가감없는 목소리를 듣고, 100인의 원탁회의를 열어 중랑의 미래상에 대한 의견도 들었다. 현장과 미래 두 축이 함께 가는 것이다.
취임 첫날 면목행정복합타운 소송을 철회했다.
공식적으로 일을 시작한 날 처음 출근하면서 결재를 두 가지 했다. 그 중 하나는 면목행정복합타운 소송을 취하하는 사안을 결재했다. 중랑구청과 서울시가 면목행정복합타운의 땅을 놓고 소송을 하는 내용이었는데 그것을 취하하고 협의해서 정하자는 취지였다. 또 하나는 청년 기본 조례, 청년에 대한 지원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조례를 만든다는 안이다.
면목행정복합타운은 83%가 시유지다. 그동안 중랑구는 그 시유지를 어차피 구에서 쓸 땅이니까 구로 소유권을 넘겨달라고 했었다. 제 취임 당시 중랑구는 1심에서 패소하고 항소심을 진행하는 과정이었다. 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고 봤다. 설령, 해결이 된다고 해도 시간이 너무 걸린다. 그래서 바로 취하 결정을 하고 시와 협의를 시작해 합의를 했다.
LH와 SH까지 4자 간 통합개발에 합의하고 MOU를 맺었다. 그 뒤로 협의를 진행하면서 개발 방안을 만들고 있다. 조만간 착공을 하면서 진행할 수 있을 거라 본다. 기본 기조는 서울시가 됐든 중앙정부가 됐든 우리가 협력과 협의, 상호 협력에 의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된다. 그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다.
‘류경기표 중랑구’의 색깔을 나타낼 수 있는 내년 예산은 어떤 데 초점을 맞췄는가.
내년 예산을 짜보니까 총 6500억원 정도로 올해보다 1000억원 정도 증액됐다. 굉장히 확장 예산이 편성됐는데, 중랑구도 우리가 보살펴야 할 대상들이 굉장히 많다. 복지 수요가 굉장히 증가하면서 전체 예산 중에 56%가 복지 예산으로 절반이 넘는다. 이번 예산 증가의 큰 요인이었다.
특히, 중점적으로 해야 할 사업들에 대한 예산을 대폭 확대했는데 대표적으로 교육이 중요하다. 교육지원경비를 올해 38억원 규모였는데 내년엔 아예 50억으로 늘렸다. 학교에 대한 지원은 다른 자치구보다 뒤져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중랑구의 미래가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우리 경제 관련 기반을 만드는 것, 신내차량기지 이전이라든지 망우역의 복합개발이라든지 봉제지원센터의 건립이라든지 이런 기초 연구와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비들, 용역비해서 책정을 했다.
그리고 청년들과의 협력 사업을 많이 늘리고 협치 행정을 위해 마을과 지역 사회와의 협력 사업을 하기 위한 예산 등 그동안 우선 순위에서 뒤에 있었거나 아니면 아예 사업에서 제외돼 있었던 사업들을 편성하다보니 전체적으로 예산 규모는 굉장히 확장된 규모로 편성했다.
신내차량기지 이전사업 추진은 어디까지 됐나.
신내차랑기지는 6호선 종점에 있는 차량기지로 큰 부지다. 중랑 입장에서 보면 다른 빈 땅은 더 이상 없기 때문에 그 부지를 활용해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입장이다. 중랑구 입장에서는 차량 기지를 밖으로 빼면 혜택을 본다. 경기도로 빼내는 지역이 구리시하고 남양주시다. 남양주시 70만 구리시 20만, 총 90만명의 인구가 서울로 출퇴근하는데 몸살을 앓고 있다. 6호선이 연장되면 지하철 이용이 가능하다.
차량기지 이전으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짤 수 있기 때문에 실행 가능성이 높다. 조광한 남양주시장을 가서 만나고 그 다음에 안승남 구리시장 찾아가서 만났다. 구두로는 의견 합의를 봤다. 다만 여기에는 일단 돈이 많이 든다. 그리고 인근 주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다.
굉장히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예비 타당성 조사, 재원 확보 등 행정적 절차를 창동차량기지를 보면 10년이 더 걸렸다. 굉장히 어려운 일인 건 맞다. 그러나 우리는 속도보다는 방향이다. 그래야 실천이 된다. 제가 이제 시작을 한 것이다. 언제 결론이 날지는 모르나 이 방향이 옳다는 확신을 갖는 거다. 다행히 셋이 의견을 모으고 있고 서울시와 지역 국회의원도 동의를 하고 있다.
'망우~상봉역' 복합개발에 대해서는 어떤 밑그림인가.
강원·경기·영남지역에서 동쪽으로 진입하는 교통 수요가 상봉시외버스터미널까지 들어와서 거기서 시내로 진입한다. 결정적인 문제는 시외버스 터미널 부지하고 망우역 공간이 700m 떨어져 있다. 도시계획했던 사람들이 반성해야 된다. 환승이라는 것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야 환승인데 사람들이 불편해서 결국은 상봉버스터미널 기능이 죽었다. 지금도 있긴 있지만 거의 사람들이 안 가고 동서울터미널로 간다. 동서울터미널은 강변역과 50m 밖에 안 떨어져 있다.
그래서 시외버스터미널 기능을 망우역과 붙이는 것이다. 시외버스터미널 기능도 살아나고 이용하는 주민들도 편리해지고. 망우역에 철도와 통합 환승 시스템으로 만들겠다. 1층은 망우역 철도 기능 그대로 쓰면서 2층하고 3층을 시외버스 터미널 부지로 붙이는 것이다. 4층 이상으로 주거하고 상업하고 업무 기능을 입히려고 한다. 한 20층 정도를 만들 계획이다. 현재 저희도 연구를 하고 있고 민간 회사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GTX B노선도 있다. 송도에서 와서 청량리까지 오고 끝나는데 우리는 망우역 거쳐서 남양주까지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B노선이 청량리에서 끝나면 혼잡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이용이 불편하고 연결성이 떨어진다. B노선을 연장해서 하되 광역철도에서 제일 관건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워낙 시급하니 면제해 달라 주장하고 있다. 비록 예타가 조금은 떨어질지라도 교통복지 차원에서 해야 한다. 망우역에 GTX B노선 통과가 결정이 된다면 철도 수요의 연결성이 훨씬 좋아지면서 복합개발이 동력을 더 얻을 수 있다.
경제 못지 않게 교육을 강조하는데 교육이 지금 왜 중랑에서 중요하며 실제로 어떤 변화가 가능할까.
중랑이 참 살기는 좋은 곳이다. 얼마 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는데 중랑구 미세먼지 농도가 제일 낮았다. 어떤 친환경적인 삶에서 굉장히 좋은 곳이다. 주민들도 굉장히 어떤 농촌 지역의 인심 같은 것이 남아 있다. 다세대와 다가구 주택 비율이 40%가 안 된다. 서울 평균이 50%를 넘었다. 제가 항상 얘기하는데 유목민의 도시가 아니라 정착민의 도시다.
그런데 교육 문제로 들어가면 우리가 참 해야 될 일이 많다. 100인 원탁 회의도 하고 서울서베이를 통해 조사를 해보면 교육 만족도가 낮다. 앞으로 중랑의 미래를 위해서 발전을 위하려면 교육이 중요하다. 경제하고 교육이다.
문제는 저희가 교육 기관은 아니다. 일반 행정 기관인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뭐냐. 학교에 합법적인 방법으로 지원할 수 있는 게 교육 지원 경비라는 게 있다. 중랑구는 40억원 정도 지원하고 있는데 두 배로 늘리려고 한다. 현재 서울 자치구에서 10위 정도인데 2위까지 올라간다. 최소한 학교의 시설이나 프로그램은 제대로 해야겠다.
그래서 교육지원센터를 하나 만들어야겠다. 지금 강동구나 구로구, 성북구가 지금 운영하고 있다. 제가 직접 가봤다. 가서 토론도 하고 왔는데, 우린 후발 주자니까 좋은 점만 다 모아서 제대로 하려고 한다. 내후년이면 오픈을 할 건데 지금 땅도 이미 확보를 해놨다. 학교에서 하기 어려운 학부모 교육이라든지 멘토-멘티 프로그램이라든지, 자유학기제 프로그램, 필요하면 영재 교육도 구상하고 있다.
중랑구가 교육 만족도를 높이고 ‘교육 문제 때문에 중랑을 떠난다’ 이런 얘기는 안 나오게 한 축은 교육 지원 경비를 늘리고 한 축은 우리가 직접 교육지원센터를 만들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올 한 해 본인이나 중랑구에나 여러 일이 많았는데 연말을 맞아 올해를 돌아본다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구청 행정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해다. 중랑 행정의 변곡점을 지난 시기라고 생각하고 행복한 미래, 새로운 중랑, 거기에 민선 7기의 철학이 담겨 있다. 주민들이 협력을 많이 해주시기 때문에 그런 힘들이 저희 중랑을 변화시킬 원동력이 될 거라고 저는 확신을 한다. 새롭게 변화하는 기반을 다졌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이 중랑구 묵1동 주민들과 함께 새벽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중랑구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