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금융당국의 금융 빅데이터 활성화 방안이 과세당국에 발목이 잡혔다. 금융위원회는 납세내역·사회보험료 등 비금융정보를 빅데이터화해 금융소외계층의 신용정보평가에 반영한다는 내용의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연내 통과하도록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행정안전부는 현행법상 '비밀유지의무'가 있는 국세·지방세 정보를 민간신용평가사에 넘길 수 없다며 반대 의사를 금융위에 전달했다.
16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국세청·행안부 등 과세당국이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금융위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이들 과세당국은 반대의견이 담긴 검토의견서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최근 금융위는 금융거래 이력이 없는 사회초년생·주부를 위해 전기료·국세·지방세·사회보험료 등 비금융정보도 신용평가 대상으로 활용하는 정책을 내놨다. 과세당국이 국민의 납세내역을 민간신용평가사에 넘기면, 신평사는 이를 토대로 개인 신용등급을 매기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이런 내용을 담은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추진하며 관련 소관부처와 협의에 나섰지만, 과세당국은 현행법상 과세정보의 비밀유지 의무 조항으로 민간기업에 넘겨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세·지방세기본법 81조13의 비밀유지 조항에 따르면 개인 납세내역은 누구에게도 공개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또한 과세당국은 정부·여당이 발의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국세·지방세기본법에도 불구하고 (납세 관련) 정보를 요청할 수 있다'라는 문구가 담겨, 언제든지 국세·지방세기본법의 비밀유지 조항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지방세기본법을 초월하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이 통과돼도 국민의 납세내역이 민감하고 중요하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며 "제도개선 취지는 이해하지만, 납세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민간기업에 넘기는 것은 받아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사회초년생·주부 등 금융거래가 없는 계층이 신용평가 사각지대에 놓인 만큼 신용정보산업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융거래가 없어도 세금·전기료·사회보험료를 성실히 납부만 한다면 높은 등급의 신용을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인의 납세내역이 민감하다는 걸 고려해 최소한의 정보만 활용하는 점을 신용정보법 시행령에 명시하면 된다"며 "납세내역이 과세당국 외 다른 곳에 쓰이면 안 된다는 편견 때문에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금융데이터 활성화를 놓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신용정보산업 선진화 방안과 법적 근거인 신용정보법 개정안을 연내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으나 당장은 어렵게 됐다. 최근 개인정보보호 쟁점으로 국회 신용정보법 개정안 처리가 내년으로 넘어간 데다 과세당국의 반대에 발목이 붙잡혀서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납세내역 등 개인정보보호 쟁점이 민감하면서도 복잡하므로 임시국회 통과도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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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홍 기자 g243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