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헌법재판소가 11일 형법상 자기낙태죄와 의사낙태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이날 헌재의 결정선고 순간부터 낙태는 합법일까.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에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그렇지 않다. 이날 헌법재판관 9명 중 3명이 단순위헌을 냈지만 위헌정족수 6명을 충족하지 못했고, 나머지 4명이 헌법불합치로 판단하면서 일단 심판대상 조항은 효력을 유지하게 됐다. 다만, 국회가 위헌요소를 걷어내고 법조항을 개정하는 시한을 2020년 12월31일까지 정했기 때문에 법 개정 없이 이 시점을 지날 경우에는 단순 무효가 된다.
그렇다면 현재 '형법 269조 1항(자기 낙태죄)·270조 1항(의사 낙태죄)' 위반으로 입건된 피의자와 입건 후 기소된 피고인, 형을 선고받은 형 확정자 등에게 이날 헌재의 결정은 어떤 영향을 줄까.
대검찰청에 따르면, 이날 현재 '자기 낙태죄'나 '의사 낙태죄'로 입건 돼 수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는 전국적으로 8명이다. 이들에 대한 원칙적 처리는 그대로 수사를 진행해 기소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2020년 까지는 지금 조항의 효력이 그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도 "일단, 지금 수사를 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된다"고 말했다.
다만, 법개정 시한이 1년을 조금 넘는 상황에서 재판 중 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사가 보류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검찰이 법 개정 후 그 전에 수사받던 피의자들을 기소한다면 법원은 공소기각 결정을 하게 된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이 판결로 공소를 기각해야 하는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인 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낙태죄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총 16건이다. 재판 역시 그대로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2020년 12월31일이 지나면, 처벌의 근거가 되는 법조항이 없어지기 때문에 재판부가 재판 진행을 보류할 가능성도 있다. 2009년 9월 헌재가 '야간 옥외집회'를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심판대상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을 때도 집시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들은 국회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재판을 잠시 보류했었다.
이미 형이 확정돼 전과자가 된 사람들은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헌재에서 낙태죄를 마지막으로 합헌결정했던 시점 이후에 형이 확정된 사람만 대상이 된다. 헌재는 지난 2012년 8월23일 재판관 8명 중 4대 4 의견으로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한 바 있다.
이 경우도 국회가 어떻게 법을 개정하느냐에 따라 처벌 대상이 갈린다. 예를 들어 '임신한 때로부터 12주 이내의 여성에게만 낙태를 허용한다'는 취지로 법개정이 된다면 그 이후 낙태한 혐의로 기소된 사람은 처벌을 받게 된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