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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볼리비아, 한인여성 살인범 체포에 '군·경 합동팀' 투입
한국대사관, 내무부장관 만나 협조 요청…'볼' 정부, 국경인근 호수방어 해병력 동원
입력 : 2019-04-30 오전 2:00:00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볼리비아 정부가 지난해 현지 여행 중 피살된 한인여성 조 모 씨의 살해 용의자 검거에 해군을 투입, ·경 합동 작전에 나섰다. 볼리비아 검찰은 목격자 진술 등을 통해 특정한 원주민 부족장을 체포해 공범과 범행 경위 등 추가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주볼리비아대사관 관계자는 29<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지난 24(현지 시각) 김학재 주 볼리비아 대사가 카를로스 로메로 보니파스(Carlos Romero Bonifaz) 볼리비아 내무부 장관을 비롯해 내무부 차관 및 법률국장 등을 면담한 자리에서 카를로스 장관이 직접 차관에게 체포 지시를 했다면서 이에 볼리비아 경찰과 해군이 동원된 ·경 체포 작전 협의체를 만들기로 했고, 협의체에는 대사관 측 현지인 자문변호사도 참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지난 1월부터 이뤄진 경찰의 검거 노력에도 체포가 쉽지 않자 해군을 투입한 것이다볼리비아는 바다가 없지만 페루·칠레 국경 인근 티티카카 호수를 방어하는 해군력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볼리비아에서 살해된 채 발견된 한인여성 조 모 씨의 용의자로 지목된 현지 원주민 부족장 '로헤르 초케'가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모습이 비영리단체 '미주통합을 위한 국제법률가연맹(RIJIA)' 홈페이지에 소개된 모습. 오른쪽은 지난 3월8일자 현지 언론에 보도된 체포영장 발부 사실과 신상 공개. 사진/홈페이지 및 언론 보도 갈무리
 
법원, 용의자 신상 공개
 
이 관계자는 지난 28일자 <뉴스토마토> 온라인 보도(볼리비아, '한인 여성 살해 용의자' 찾았다체포 시도 중)와 관련해 현지 사정당국이 용의자로 지목한 로헤르 초케 멘도사(Roger Choque Mendoza)가 태양의 섬 원주민 부족 중 하나인 차야(Challa)족 부족장인 사실도 확인했다.
 
현지에선 볼리비아 법원의 신상 공개 결정에 따라 지난 38일자 볼리비아 주요 일간지를 통해 체포영장 발부 사실 등이 공개된 상태다. 신상 정보는 중년의 기혼 남성이라는 단편적인 정보만 공개됐지만, 부족장으로서 각종 행사에 참여해 와 사진과 대략적인 나이(30대 후반~40대 초반) 추측도 가능했다.
 
앞서 볼리비아 검찰과 경찰은 태양의 섬 주민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수사 과정에서 목격자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 17로헤르 초케에 대해 살인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법원은 125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진행하기로 하고 이 사실을 통보했으나, 그는 법원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법원은 125일자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한 뉴스 라디오 매체(Exito Noticia, FM 93.1)용의자를 검거했다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대사관 현지 독특한 사정, 쉽지 않다
 
사건이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용의자 검거에 어려움을 겪는 건 독특한 현지 사정 때문이다. 외신에 따르면, 조씨는 지난해 112(현지시각) 라파스 주 코파카바나 태양의 섬 내 차야족 지역에서 참혹하게 살해된 채 발견됐다. 차야족은 태양의 섬에 거주하는 3개의 원주민 부족 중 다른 부족과 무장 대립을 하는 부족이었기 때문에 사건 당시부터 이들의 소행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그러나 볼리비아는 정식 명칭부터 볼리비아 다민족 국가일 만큼 원주민 부족마다 자치법이 발달해 있고, 사건 발생 지역 역시 원주민 자치구역이라 이들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중앙 당국과 검경으로선 수사에 난항을 겪어왔다.
 
이에 김학재 대사가 지난 10월 후안 란치파(Juan Lanchipa) 신임 검찰총장을 방문해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이때부터 수사가 진척을 보여 온 것이라고 대사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결국 1년 만에 체포영장이 발부됐지만, 용의자가 부족장인 데다 주민 반발과 저항이 심해 체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대사관 관계자는 직접 얼굴을 가리고 사건 발생 지역에 들어가 수사 진행 상황도 살펴보고 용의자도 봤다. 현지 사정이 우리나라 기준으로 생각하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갈 것이라며 이런 큰 한국인 피해 사건이 볼리비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주재국이 빨리 움직여줘서 문제가 해결되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다만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현지에서도 살해 용의자가 여전히 체포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부정적인 여론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볼리비아 위키리크스는 1월29일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차야족 부족장 '로헤르 초케'가 한인여성 살해 주범으로 지목됐는데, 볼리비아 인권의회 지도부가 용의자를 옹호하고 있다며, 인권을 보호한다는 자들이 뭐하고 있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볼리비아 검찰과 경찰은 공범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우선 로헤르 초케를 체포한 후 추가 수사를 통해 공범 및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밝혀낼 계획이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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