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문무일 검찰총장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 등 검찰 관련 법안들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한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해외 순방 중인 문 총장은 1일 입장문을 통해 “현재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형사사법제도 논의를 지켜보면서 검찰총장으로서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형사사법 절차는 반드시 민주적 원리에 의해 작동돼야 하지만 현재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법률안들은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과의 수사권 조정 등과 관련해 “특정한 기관에 통제받지 않는 1차 수사권과 국가정보권이 결합된 독점적 권능을 부여하고 있다”면서 “올바른 형사사법 개혁을 바라는 입장에서 이러한 방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공수처법안을 반대했다. 이어 “국회에서 민주주의 원칙에 입각한 논의를 진행해 국민의 기본권이 더욱 보호되는 진전이 있기를 희망한다”고 당부했다.
문 총장은 지난달 28일 오만·에콰도르 등의 대검찰청을 방문하는 일정으로 해외 출장 중이다. 입장문은 대검찰청 대변인을 통해서 발표했다. 국회 입법절차에 그것도 해외 출장 중 검찰총장이 입장을 밝히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만큼 검찰 내 반발이 거세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패스트트랙 지정이 본격적인 논의를 위한 여정에 들어선 것이라고 달래고 있지만 상당한 충격을 받은 눈치다. 지금까지 공수처나 검경수사권 조정안이 이처럼 구체적인 진전을 보인 예는 없었다. 한 대검 간부는 "입법 과정에 대해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면서도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의 국회 통과는 어렵다고 봐 왔다"고 말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는 지난달 29일 밤 12시를 전후로 자유한국당의 육탄저지를 뚫고 여야4당이 합의한 선거제·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지정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5당이 합의한 선거제·검찰개혁법안이 330일간의 본격적인 논의에 돌입했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3월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제56회 법의날 기념식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