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조정안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자 급거 귀국 결정을 내린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3월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위해 준비된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해외 순방 중인 문무일 검찰총장이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조기 귀국한다. 대검찰청은 2일 "검찰총장 해외출장 일정이 일부 변경됐다"며 "에콰도르 방문일정을 취소하고 현재 키르기스스탄 방문을 마지막으로 오는 4일 귀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한 명시적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에서 한발 더 나간 것이다.
대검 관계자는 "국내 현안, 에콰도르 일정에 소요되는 기간 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문 총장은 전날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 "민주주의에 반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문 총장의 급거 귀국을 두고 ‘거취 표명’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불과 임기만료를 80여일 남긴 상태지만, 지난 2011년 김준규 총장의 경우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확정되자 임기만료 1개월을 남긴 상황에서 그해 7월 사퇴한 예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 문 총장이 사퇴를 염두에 둔 것인지에 대해서는 검찰 안팎으로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검?경수사권조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지만 법으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300일 넘게 시간이 남았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지금 상황에서 문 총장이 불만을 표출하고 조직을 떠난다면 ‘무책임한 리더’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반대 입장 표명이 ‘반기’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임기만료 전 사퇴한다면 현 정부에 항명한다는 명백한 표시를 남기게 된다. 공직자윤리법상 제한이 없더라도 문 총장의 퇴임 후 거취가 매우 어둡다. 시사전문가인 노영희 변호사는 “문 총장이 임기 만료 전 사퇴한다면 향후 거취에 대한 보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현 정부 초대 검찰총장으로서의 업적 역시 무위로 돌아갈 것”이라며 “반대 진영인 자유한국당에 영입될 수 있겠지만 단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문 총장을 가까이서 보좌하고 있는 한 고위 검찰 간부는 “거취 표명을 말할 단계가 아니다.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수사권 조정안은 당초 정부안 보다 훨씬 후퇴했다. 이 부분에 대해 국민이 아셔야 하는데, 총장이 직접 설명을 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검에 있는 다른 참모도 비슷한 말을 했다.
문 총장은 귀국일부터 이어지는 어린이날 연휴 중 대검 간부회의를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견지해 온 태도나 전날 입장표명에서도 공수처에 대한 반대는 하지 않은 만큼, 문 총장은 퇴임 직전까지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검찰 의견 반영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