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처음으로 검찰 수사를 ‘리뷰’한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지난달 31일로 1년 6개월 동안의 활동을 마무리했다. 필자는 2017년 9월에 발족한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으로 1년 간 활동했다. 당시 첫 번째 안건으로 검찰과거사를 두고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던 기억이 난다. 위원들 다수가 검찰의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는 것도 검찰개혁의 한축이라는 판단 하에 과거사위원회 설치에 찬성을 했다. 이런 과정을 걸쳐 2017년 10월에 검찰과거사 관련, 과거사 피해자에 대한 검찰총장의 직접 사과 및 조사위원회 설치”를 검찰총장에게 권고했고, 법무부 산하에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출범한 것은 2017년 12월이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모두 17건의 검찰 수사를 다루었다. 기록검토를 위해 별도로 대검에 과거사진상조사단을 설치하여 교수, 변호사, 검사 등 다양한 출신들로 조사단원을 구성했다.
개개인의 과거사를 리뷰 하는 것도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만큼 검찰이라는 막강한 권력기관이 수행한 과거 사건들을 리뷰하게 되면 잡음이 없는 것이 이상할 것이다. 관련자들이 많을 뿐만 아니라 오랜 기간만큼이나 관련 증거들이 폐기되거나 퇴색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장자연 사건에서 사건을 윤지오씨 발언의 신빙성에서 불거진 잡음이나 장자연 리스트는 진상 규명이 불가능하다는 위원회의 결정에 대한 일부 조사단원의 반발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김학의 전 차관 사건 관련한 잡음은 예상했던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
지난 3월, 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에 대해 뇌물 혐의 등으로 재수사를 권고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2013년 경찰 최초 수사 과정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 등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를 권고한 바 있다. 또한 지난 5월에는 한상대 전 총장 등 전직 검찰 고위 간부의 스폰서 의혹에 대해 수사촉구를 했다. 이에 문무일 검찰총장은 대규모 특별수사단을 구성해서 진상규명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특별수사단이 지난 4일 발표한 최종 수사결과는 과거사위원회가 수사권고한 내용과는 달리 김 전 차관 등에 대해서만 구속기소를 했을 뿐, 곽상도 의원 등에 대해서는 수사외압을 행사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한상대 전 총장 등은 수사단서를 확인할 수 없다는 이유로 기소를 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한상대 전 총장 등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공적사건에 대한 고발은 빈번히 이루어진다. 의협심이 넘치는 시민이나 시민단체가 언론에 보도된 고위공직자들의 비위를 근거로 고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과거사위원회가 수사권고 한 것은 사정이 다르다. 검사가 포함된 진상조사단에서 검토가 이루어졌고, 위원회 회의를 거쳐 수사를 권고한 것이라면 시민들의 고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범죄혐의를 담았어야 했다. 그러나 특별수사단의 수사결과만 놓고 보면 진상조사단과 과거사위원회는 헛스윙 한 것이 분명하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이 12일 과거사위원회 활동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고 한다. 현장에 있던 기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러나 과거사위원회에서 이미 명백하게 밝혔던 과거에 자행된 검찰권 남용에 대한 비판과 공수처 도입을 재차 강조하는 정도가 다였다. 그나마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는 일방적 입장 표명을 강행하고 서둘러 퇴장했다. "안타깝다" 외에는 달리 할 말이 없다.
과거사위원회가 상당한 성과를 냈음에도 온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던 김 전 차관 사건 관련해서는 혐의가 있다는 과거사위원회와 혐의가 없다는 특별수사단의 상반된 결과로 인해 의혹을 더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은 이미 수사심의위원회를 통해 특별수사단 수사에 대해 전문가들의 점검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수사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박 장관도 특별수사단의 수사결과에 힘을 실어주거나, 아니면 상설특검카드라도 꺼내야 한다. 박장관에게 선택의 순간이 다가왔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