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10년 주기 대설에 대비했던 서울시 제설대책이 따뜻한 겨울에 힘 빠진 모습이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0년 주기 폭설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년보다 인력과 예산을 투입해 제설대책을 수립했다.
10년 주기 폭설론이 과학적으로 검증받은 학설은 아니지만 지난 수십년간의 기록과 공무원들의 경험을 토대로 나온 결과다. 실제로 1980년 이후 거의 10년 간격으로 서울은 기록적인 폭설에 시달려왔다. 이로 인해 예년 기준으로 제설대책을 준비하던 서울시는 10년마다 큰 고초를 겪었다.
1981년부터 9~10년 주기로 1981년 1월1일 기록한 17.8㎝, 1990년 1월31일 14.2㎝, 2001년 2월15일 23.4㎝, 2010년 1월4일 25.8㎝ 등을 기록했다. 2010년 1월4일 이후 서울의 하루 최대 적설량은 10㎝를 넘기지 못했다. 서울시는 2010년 당시 제설제 2만2320t을 확보했지만, 최종 사용량은 4만5328t에 달했다. 급기야 당시 민간 장비를 빌리는 등 비상대응에 나섰지만 제설제 단가가 오르는 등 필요 이상의 비용을 치뤘다.
결국 서울시는 올 겨울 제설대책 수립하면서 5년 평균 사용량의 180%에 해당하는 제설제 4만7233t를 확보했다. 평년에 사용량 대비 150% 가량을 비축하는 것에 비해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쓰고 남은 비축량 3만1019t에 40억원을 들여 1만6214톤을 더 구했다. 제설 인력으로는 환경미화원 등 총 5301명을 투입한다. 역시 10년 주기 폭설 가능성에 대비한 까닭이다.
또 4억원을 들여 자동강설 감지장치를 추가로 구입하고, 액상제설제 살포장치도 15곳에 추가 설치했다. 열선이 깔린 도로도 11곳 추가해 모두 27곳 운영한다. 강설이동경로 5곳에 CCTV를 설치해 강설 징후를 미리 예측하고 대응한다. 서울 총 도로 8217㎞와 제설함 2만3000개도 점검을 마치고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관제시스템까지 갖춰 만반의 대비를 마쳤다.
하지만 정작 눈이 안 오고 있다. 올 1월 서울엔 눈 3일, 비 4일, 12월엔 눈 6일, 비 14일 관측됐다. 최낮 기온이 영상권에 머무는 등 따뜻한 겨울이 계속된 탓에 눈보다 비가 많이 오고 있다. 관측된 눈도 거의 적설량이 기록되지 않을 정도다. 최고기온 7.7도를 기록했던 지난 7일 서울에 내린 비 46.3mm이 만약 눈이었다면 대설로 기록됐을 수치다.
현재 올 겨울 서울시 제설제 사용량은 1563t에 불과하다. 매년 3만t 내외의 제설제를 사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5% 가량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비가 올 때에도 기온 급강하에 대비해 커브길과 언덕길을 중심으로 제설제를 사용해 결빙과 미끄럼 사고를 막고 있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은 만큼 2월말~3월초 대설을 염두에 두고 비상근무체계를 유지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상기후로 눈이 크게 오진 않았지만 비 내린 양을 생각하면 10년주기가 틀린 얘긴 아니다”며 “3월까진 비상근무체계를 하면서 언제 내릴지 모르는 대설에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2011년 1월 대설이 내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제설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