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올 겨울 서울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의 제설대책을 B/C(비용 대비 효율성)으로만 따진다면 거의 최하점일테다. 눈이 거의 안 왔기 때문이다. 기상청 기후관측자료를 살펴봐도 따뜻한 날씨 탓에 눈보다 비가 온 날이 더 많다. 눈이 와봐야 대부분 쌓이지도 않을 수준이니 제설차는 고사하고 제설제도 큰 활약을 할 일이 없다.
올 겨울을 앞두고 서울시는 잔뜩 긴장했다. 예산도 인력도 평년에 비해 많이 투입했다. 10년에 한 번 꼴로 서울에 대설이 왔기 때문이다.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현상은 아니지만 정말로 9~10년에 한 번씩 큰 눈이 왔으니 제설을 담당하는 부서 입장에선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1981년, 1990년, 2001년, 2010년 등 9~10년마다 어김없이 10cm 넘는 대설이 서울시를 덮쳤다.
결국 예년 사용량 3만t보다 많은 4만7000t를 구비하고 사물인터넷까지 활용해 제설대책을 수립했다.이미 설이 지난 현 시점에서 말하자면 실사용량은 1500t 가량에 불과하다. 예년에 비교해도 5%에 불과하다니 시민 ‘혈세’를 생각한다면 경을 칠 일이다. 그렇지 않은가. 아무리 남은 제설제가 내년에 사용 가능해도 말이다.
만약 매년 하던 대로만 준비했는데 대설이 왔으면 어땠을까. 공무원들이 늘상 그러듯 방어적인 자세로 욕 먹지 않을 정도만 제설대책을 수립했는데 대설이 왔다면, 눈길에 미끄러지고 차량사고가 나고 대중교통이 마비됐을 때 우린 누굴 쳐다볼까. 실제 2010년 대설이 왔을 때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제설제 비축량을 넘어 품귀현상을 빚었고 제설제 가격까지 오르는 통에 더 큰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다시 전염병이 창궐했다. 이들 전염병의 특성은 일종의 골든타임이 있다는 점이다. 1차 전파자에서 2차 전파자를 넘어섰을 때 그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면 의사 선생님 아니 대통령 할아버지가 와도 쉽지 않다.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면 얼마나 큰 사상자가 발생하는지 메르스 사태 때 이미 충분히 배웠다.
우리가 메르스 사태 때 배운 것은 무엇일까. 메르스도 그렇고 잠복기가 있고 감염루트가 엄연히 존재한다. 막연한 공포심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인이라고, 대림동에 산다고 공항이 가깝다고 천안이 집이라고 혐오하고 배제할 것이 아니라, 예방행동요령에 따르기만 하면 각자가 걸리거나 전파자가 될 확률은 현저히 떨어진다.
공공기관은 정확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정보를 시민들에게 공개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감염위험군과 추적대상을 구분해 철저한 스크린으로 지역사회 감염이라는 마지노선을 지켜야 한다. 낙타를 피한다거나 김치를 먹으라는 등의 허황된 정보로 시민을 현혹하지 말고 피해상황을 사실대로 밝히고 비판받을 것을 받더라도 추가 피해를 막으면 될 일이다.
또다시 우리 사회는 위기 앞에 섰다. 보건이든 재난이든 재해든 안전은 그만큼 우리 일상을 뒤흔든다. 효율적인 안전은 무의미한 수사일 뿐이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낫다’는 말은 안전에 있어 매번 옮음을 증명하고 있다. 부디 큰 피해 없이 우리 사회가 위기를 극복하길, 그리고 이를 교훈삼아 더 높은 수준의 안전망을 갖추길 바란다.
박용준 공동체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