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앵커]
우회전 차량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인기를 끌던 교통섬이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보행자 진입 여부를 확인한 후 통과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차량들이 이를 무시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진입하고 있습니다. 박용준 기자입니다.
[기자]
우회전 차량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인기를 끌던 교통섬이 오히려 보행자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들은 1988년부터 우회전 차량이 직진·좌회전 차량의 교통흐름과 상관없이 주행하도록 교통섬을 설치해 왔습니다.
현재 서울에는 523개 교차로에 모두 963개에 교통섬이 설치돼 있습니다. 교차로당 교통섬 수는 2.6개로 도쿄 1.3개의 두 배이며, 런던 1.2개, 벤쿠버 1.2개, LA 1.1개보다 월등합니다.
원칙적으로 교통섬 앞 횡단보도에는 정지선이 있어 우회전 차량도 일단 멈췄다가 보행자 진입 여부를 확인한 후 통과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차량들이 이를 무시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진입하기 일쑤입니다.
서울연구원이 교통섬이 있는 24개 교차로를 조사한 결과, 차와 보행자의 사고위험이 심각한 상황은 2시간당 평균 0.27회, 가벼운 상황은 29회나 발생했습니다. 일반 교차로의 경우 심각한 상황은 아예 없고 가벼운 상황도 0.5회에 불과했습니다.
이미 미국 고속도로관리국, LA, 샌프란시스코, 호주 멜버른,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의 해외 도시들은 교통섬을 차량 중심의 보행방해시설로 규정하고 철거하거나 보행공간을 확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연구원은 963개 교통섬의 정비 우선순위를 따져 삼각지역 사거리, 문래동 사거리, 정의여중입구 사거리에 설치된 교통섬을 최우선으로 꼽았습니다. 세 곳 모두 둔각으로 교차하거나 대기공간이 너무 협소하거나 주변에 교통약자 시설이 존재하는 곳입니다.
최근 서울시와 영등포구는 영등포시장 교차로 개선사업을 하면서 교통섬 4개 중 2개를 없애 보도를 정비했습니다. 남은 2개도 고원식 횡단보도를 설치해 교차로 진입 차량 속도를 낮췄습니다. 영등포시장 교차로는 3년간 13건의 노인 보행사고가 발생했던 곳입니다.
서울시는 교통시설물 정비계획에 교통섬을 포함할 계획입니다.
뉴스토마토 박용준입니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