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대규모 방산수출 기대감을 높였던 문재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이 취소되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방산업계 영향도 가시화하는 모양새다.
앞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달 18~20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UAE를 다녀온 직후 ‘조만간 두 정상의 3차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한국의 방산 역사를 다시 쓰는 매우 높은 차원의 협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전해 기대가 커지던 터였다. 양국 간 방산협력 노력은 꾸준히 이뤄졌지만, 기대했던 결실은 시기적으로 좀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일 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이달 중순쯤 예정한 문 대통령의 UAE, 이집트, 터키 등 3개국 순방 일정이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 우려로 취소됐다. 당초 UAE 방문에서는 대통령 순방 계기 한국 기업이 건설한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준공식 참석과 함께 방산협력이 중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관측됐다.
먼저 다녀온 임 전 실장의 특사단에도 국방부와 방위사업청 관계자가 합류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규모 방산수출 계약의 기대감이 전해졌다. 방산수출은 특성상 정부 간(G2G) 협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업계도 이번 순방을 주목해왔다.
UAE는 주목받는 방산 수출시장이다. 모하메드 왕세자 겸 군 부사령관 주도로 수도 아부다비에 방산 업체들을 연합한 그룹사(EDGE)를 출범하고 무기 수입과 첨단 방산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 달 23일 아부다비에서 열린 무인·로봇 국제 전시회(UMEX 2020)에 참가해 국방 R&D 역량을 선보이기도 했다. 임 실장도 SNS에 “최근 한·UAE는 활발한 방산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특별 전략적동반자’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두 나라의 관계는 눈부시게 발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양국 간 협력이 꾸준히 이뤄져 온 만큼 결실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다. 양국 정부 관계도 우호적이다. 외교부에 따르면 UAE는 아직까진 한국에 대해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정부 한 관계자는 “지난 특사단 방문에서 구체적으로 특정 무기 체계를 소개한 건 아니었지만 상호 간 방산협력을 강화하자는 논의가 있었다”면서 “다만 기대했던 부분은 시기적으로 좀 늦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지난달 5일(현지시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러크나우시에서 열린 'DEFEXPO INDIA 2020 방산전시회'에서 정경두 국방장관이 모하마드 아흐메드 알 보와르디 아랍에미리트 국방특임장관과 회동해 양국 방산현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한편 한국 방문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지역이 93곳으로 늘어난 가운데 ‘방산 세일즈’가 사실상 중단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국내 방산기업들의 수출시장 파이가 한정적인 데다 대부분 방산기업들이 해외 수주를 늘려 실적 반등을 자신해 온 만큼 연초부터 맞닥뜨린 코로나 여파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중요한 계약 미팅이나 사전 시연 같은 절차들은 ‘올스톱’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 측의 출장도 어렵지만 상대편에서 국내 입국을 기피하는 게 더 문제”라고 했다. 지난달엔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이 방한 일정을 갑자기 취소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해외 수주마케팅 활동의 하나인 국제방산전시회 참가도 중단됐다. 내달 말레이시아에서 개최예정이던 전시(DAS 2020)도 코로나 사태 악화와 업체들의 참가 취소 속에 8월로 연기됐다.
코로나로 인한 영향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해외전시회도 나가고 영업활동도 활발하게 하면 좋은데 시국이 시국인지라 활동성이 좀 줄어든 면이 있다”면서도 “올해 계획 물량이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크게 지장이 있지는 않다”고 했다. 다른 관계자도 “제조업계에 더 힘든 곳이 많아서 우리가 가장 어렵다고 하긴 조심스럽다”며 “일단은 국내 확산으로 공장이 문 닫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방산 업체는 특성상 재택근무가 어렵다. 보안상 국가 차원에서 망을 아예 분리해 사용하다보니 회사 밖으로 나가면 시스템 접근 자체가 안 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주)한화 구미공장에서는 생산라인 직원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공장을 일시 폐쇄하고 소독 방역 및 다른 직원 추가 격리 조치 등이 이뤄진 바 있다. 이에 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감염 예방에 주력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