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증권사들이 비대면계좌 개설시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며 무료 이벤트를 벌였지만, 광고 문구와 달리 비용을 별도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계좌 투자자에게 일반계좌보다 더 높은 신용공여 이자율을 적용해온 곳도 있었다. 비대면계좌란 증권사 영업점 등을 방문하지 않고도 인터넷이나 모바일 앱을 통해 개설이 가능한 주식거래 계좌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비대면계좌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실시한 22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수수료와 금리 운영여부를 점검한 결과 이같은 문제가 드러났다고 24일 밝혔다. 증권사 비대면계좌는 지난 2016년 2월 허용된 이후 2017년말과 2018년말, 지난해 6월말까지 각각 194만건, 421만건, 626만건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계좌 중에서 비대면계좌가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5.0%, 10.1%, 14.0%로 늘어나는 추세다.
자료/금융감독원
이번 점검 대상이었던 22개 증권사들은 비대면계좌 개설광고에 거래수수료를 무료라고 광고했지만 실제로는 무료가 아니었다. 한국거래소의 거래·청산결제수수료와 예탁결제원의 증권사·예탁수수료, 금융투자협회의 협회비를 포함하는 '유관기관제비용' 명목으로 거래금액의 일정요율을 별도로 부과했다.
예를 들어 기존 비대면계좌 수수료율은 0.010%에서 0.015%수준이었다. 하지만 무료이벤트를 통해 비대면계좌를 개설하는 경우 유관기관제비용 명목으로 적게는 0038%에서 많게는 0.0066%까지 수수료를 떼어갔다. 광고문구에 이러한 내용이 기재되기는 했지만 투자자가 오인할 소지가 있다고 금감원은 판단했고, '무료'라는 표현을 쓰지 않도록 개선하도록 했다.
유관기관제비용 산정기준도 제각각이었다. 거래대금에 비례해 거래소와 예탁원에 납부하는 정률수수료 외에 금융투자협회비 포함여부도 업체마다 달랐다. 금감원은 유관기관제비용에서 매매거래와 관련이 낮은 비용요소를 재검토해 이를 개선하도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거래소와 예탁원이 이에 대한 개선방안을 6개월안에 제출하게 되면 늦어도 내년부터는 거래수수료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비대면계좌를 통한 신용공여를 이용할때 일반계좌보다 더 높은 이자율을 적용한 곳도 9곳으로 집계됐다. 일반계좌 이자율과 비대면계좌 이자율의 차이가 적게는 1.0%포인트인 곳도 있었지만 많게는 3.5%포인트까지 차등 부과하는 곳도 있었다. 금감원은 비대면계좌와 일반계좌 간 담보능력과 차주의 신용위험 등에 차이가 있다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경우 이자율 차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하도록했다. 이러한 내용도 투자자들이 인지하도록 비교·표시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비대면계좌 유치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다수 증권사의 영업관행을 개선함으로써 투자자가 불합리한 비용부담을 낮추고, 금융상품 선택시 보다 충실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투자자에 금융회사의 자극적 광고문구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비대면계좌 무료이벤트 인터넷 광고(예시). 자료/금융감독원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