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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시각장애인은 혼자서 주민센터 못가요”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주민센터 점검 동행, 점자블록 85% 엉망
입력 : 2020-04-2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다른 사람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주민센터에 올 수 있는 시각장애인은 3분의 1도 되지 않는 게 현실입니다”
 
홍서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이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7동주민센터 앞에서 점자블록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지난 23일 오후 4시쯤 서울 영등포구 신길7동주민센터 앞, 시각장애를 갖고 있는 홍서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은 2층에 있는 주민센터에 올라가려고 계단을 찾았지만 주민센터 앞 보도는 겉보기에만 점자블록일 뿐, 낡아서 발로 요철을 느끼려해도 제 구실을 못했다. 
 
다른 사람이 계단 위치를 알려준 후에야 계단 초입에 들어선 홍 연구원은 점자블록이 끊기자 당황한 채 계단 앞에서 한참을 지팡이로 계단의 위치를 찾았다. 진행을 뜻하는 선형블록과 멈춤을 뜻하는 점형블록이 계단에 설치됐어야 하지만, 계단에는 회색 콘크리트만 있을 뿐이다.
 
점자블록은 계단을 다 올라가고 나서야 등장했다. 그나마도 장애인편의증진법에서 정한 것과 달리 고무재질로 이뤄져 비나 눈이 오는 날엔 미끄러워 노인 등 보행약자의 낙상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또 일반 보행로와 비슷한 높낮이를 유지하도록 매립형을 권장하는데도 부착형인데다 높낮이가 확연히 달라 발이나 지팡이가 걸릴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렵게 찾은 민원실 앞에는 원래 해당 공간의 용도를 알리는 명패에 점자로 표시됐어야 한다. 하지만, 입구 우측 명패가 있는 앞엔 서울시 재난긴급생활비 지급을 알리는 배너 입간판이 서 있다. 명패를 찾아 팔을 휘젓던 홍 연구원은 입간판에 막혀 하마터면 넘어질 뻔 했다. 
 
홍서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이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7동주민센터 앞에서 점자블록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같은 날 5시 마포구 염리동주민센터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길가에 붙어있는 주민센터는 도로에서 아무 점자블록 없이 첫번째 계단에 곧바로 점형블록이 붙어있다. 시각장애인이 미리 계단의 시작을 알 수 있도록 점자블록은 30cm 떨어져 있어야 한다. 게다가 필지가 마름모꼴이라는 이유로 점자블록이 마름모꼴로 잘려서 붙어있다.    
 
다행히 염리동주민센터는 1층에 민원실로 바로 진입할 수 있지만 따로 점자 명패는 붙어있지 않았다. 화장실 점자 명패 또한 엉뚱하게 미닫이문 정중앙에 붙어있다. 문이 열려있을 경우 남자가 여자, 여자가 남자 화장실로 잘못 들어갈 수 있는 셈이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시각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가 서울지역 40개 주민센터를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 85%인 34개 주민센터의 점자블록이 설치되지 않았거나 부적정하게 설치됐다. 홍 연구원은 “그래도 두 주민센터는 다른 주민센터들보다 나은 편”이라며 “점자스티커도 잘못 인쇄됐거나 내용이 틀린 경우가 많으며, 점자블록도 요식행위로 붙여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는 장애인편의증진법에서 필수 설치시설로 규정한 것들만 조사한 결과로 시각장애인의 보행로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 실제 동행점검에서 화장실, 엘리베이터 등 법으로 규정한 편의시설만 점자블록이 설치돼 있었고, 법으로 규정한 편의시설 외에 후문을 포함해 건물 내에서 시각장애인의 이동가능한 동선에는 점자블록이 없다. 더욱이 도로와 보행로 등의 점자블록은 여전히 개선이 더디다.
 
홍 연구원은 “주민센터는 서류 발급이나 복지상담 등 행정 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이 집 가까이에서 가장 쉽게 접근해야 할 공공시설이다”라며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해도 이는 보조에 불과하며, 시각장애인이 의존하지 않고도 이용 가능하도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서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연구원이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신길7동주민센터 앞에서 점자블록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박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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