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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베레스트’ 산악 영화가 중화사상과을 만났을 때?
초호화 캐스팅·화려한 CG 퇴색시킨 중국판 국뽕
입력 : 2020-07-08 오전 10:27:02
[뉴스토마토 신상민 기자] 다른 장르와 달리 산악 영화만이 주는 감동이 있다.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보여주는 인간의 무력감, 그럼에도 고난을 이기고 정상에 오른 이들의 도전 정신. 이러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게 바로 산악 영화다. 하지만 산악 영화가 중화사상을 만나니 예기치 못한 낯섦을 마주한다.
 
방오주(오경 분)는 에베레스트 최정상을 정복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로 모든 증거를 잃어버린다. 이로 인해 방오주는 에베레스트 정상을 정복했다는 사실을 인정 받지 못한다. 이로 인해 방오주는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을 한다. 유일하게 자신을 믿어준 사랑하는 서영(장쯔이 분)마저 외면을 했던 방오주는 15년 후 다시 에베레스트에 오르는 기회를 얻는다.
 
영화는 어벤져스’ ‘1917’ 제작진이 참여한 만큼 눈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설산에 압도한다. 여기에 눈사태를 비롯한 재난 속에 놓인 등반대의 긴장감 넘치는 모습이 화려한 CG가 더해지면서 속도감을 더한다. 또한 장쯔이, 오경, 정백연, 그리고 성룡까지 초호화 캐스팅을 자랑한다.
 
에베레스트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흔히 산악 영화라 하면 지극히 개인적인 도전 의식이 주인공을 산으로 이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에베레스트의 주인공 방오주는 중국의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해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영화 에베레스트는 지난해 중국 국경절 대목을 맞아 중국 내 극장가의 돌풍을 일으킨 영화 중 하나다. ‘에베레스트는 지난해 국경절 당시 영화 나와 나의 조국’ ‘캡틴 파일럿과 함께 대표적인 중국 애국주의 영화로 손꼽히며 흥행에 성공한 작품이다. 기존에 봐왔던 산악 영화와 달리 에베레스트는 중화사상이 저변에 깔려 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에베레스트라는 명칭은 에베레스트를 측량한 앤드루 워에 의해 에베레스트라는 이름으로 명명됐다. 티베트에서 예부터 초모룽마라는 이름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중요한 점은 중국이 주무랑마외의 명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 속에서도 이를 두고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15년 후 다시 등반 팀이 꾸려지는 이유 역시도 측량을 중국 기술로 이뤄내 에베레스트가 아닌 주무랑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를 위해서 등반 팀이 산을 오른다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의 산악 영화와 달리 세계에서 중국 문화가 최고이자 중국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이뤄져야 한다는 중화사상이 영화 여기저기에 깔려 있다.
 
에베레스트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에베레스트만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최근 중국의 정치적 상황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일부 소수민족들의 분리, 독립 또는 자치 확대를 억제하고 있다.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에베레스트라는 영화를 통해 중국에 유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산에 오르기 전 방오주는 수많은 대원을 다에서 사는 곳도 민족도 다르지만 산을 오르는 목표가 같다고 연설을 한다. 또한 방오주와 함께 15년 전 함께 정상에 오른 인물인 송림(장역 분), 그리고 티베트에서 나고 자란 걸보(라왕롭 분)이 포함되어 있다. 걸보와 방오주는 15년 만에 다시 만나 형제라고 서로를 안는다. 송림 역시 걸보를 다시 만나자 형제라고 이야기를 한다. 단지 고난을 함께 이겨낸 우정이라고 하기에는 현재 중국과 티베트의 관계를 생각했을 때 충분히 의도가 느껴지는 장면이다. 또한 등반대 훈련 캠프 대원들을 서포트 하는 흑목단은 이국량(정백연 분)에게 한 눈에 반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티베트 의상을 입고 중국인 사이에서 어울리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한가지 더, 흑목단을 연기한 곡니차인은 실제 티베트에서 태어나고 자라 중국에서 활동 중인 배우 겸 가수다
 
그리고 역시 중국 영화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장면도 눈에 띈다. 마치 무협 영화와 같은 몸놀림이 여기저기에서 포착된다. 대원이 미끄러져 떨어지는 와중에 이를 구하기 위해 몸을 날리는 모습은 잠시 등산 영화가 아닌 무협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외에도 훈련을 하는 장면 등도 마치 중국 무협 영화 속에서 봤음직한 연출이다.
 
초호화 캐스팅, 화려한 CG 그리고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 됐고 정상을 정복했지만 서방으로부터 인정 받지 못한 1세대 산악인의 집념과 열정, 그리고 애절한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가 중화사상에 퇴색된 느낌을 받는다. 이러한 단점을 제하고 영화를 본다면 러닝타임 115분 동안만큼은 무더운 여름을 완전히 잊게 만든다. 영화는 722일 개봉.
 
에베레스트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신상민 기자 lmez0810@etomato.com
 
신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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