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반도 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서 시작된 한중 양국간 갈등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 합의를 계기로 풀어갈 수 있다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온다.
23일 청와대에 따르면 시 주석의 방한은 지난해 말부터 거론됐으며 올해 상반기 방한이 계획이었다. 그러던 중 코로나19 사태로 방한 일정이 연기됐고 이번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의 방한을 계기로 시 주석의 방한 의지가 재확인됐다.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양 위원은 지난 22일 부산 회담에서 오찬을 포함해 총 5시간 50분간 회동을 가지며 코로나19 대응 협력은 물론 한반도 문제, 국제 정세 등 외교 현안에 대해 폭넓은 논의를 가졌다. 특히 회담에선 한반도 평화의 필요성을 공감하며 '하노이 노딜' 후 교착 상태인 남북관계에서의 중국의 역할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단절된 한반도 대화에서 시 주석의 방한은 극적인 화해 국면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남북 사이 메신저 역할을 요청해 돌파구를 모색하는 방법이다. 이번 회담에서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협력하겠다고 양국이 밝힌 만큼 그 가능성은 열려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 안정이 시 주석 방한의 조건인 만큼 방한 일정은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회담에서 주목할 점은 양국이 사드배치와 한한령 문제를 내려놓고 코로나19 방역 협력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서 실장은 코로나19 이후 상황에서의 항공편 증편, 비자 발급 확대 등을 요청했고 양 위원은 각극 교류와 소통을 확대하자고 밝혔다. 결국 시 주석의 방한이 성사된다면 사드배치 문제로 인한 한한령 역시 풀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양국은 경제 협력에 대한 의지도 나타냈다.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 가속화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연내 서명, 신남방·신북방정책과 '일대일로'의 연계협력 시범사업 발굴 등과 같은 현안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 방한의 걸림돌은 미중 관계 악화에 있다. 청와대는 회담에 대해 "양제츠 위원은 최근 미중 관계에 대한 현황과 중국 측 입장을 설명했고, 서훈 실장은 미중 간 공영과 우호 협력 관계가 동북아 및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중요함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즉 양 위원은 이번 회담에서 홍콩보안법·남중국해 문제 등의 현안에 대한 한국의 중립적 태도나 중국 지지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도 한국에 방위비 증액 압박을 가하면서도 주요 7개국 정상회의에 한국을 포함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어 미중 사이에서 문 대통령의 결정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22일 오후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을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