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현주 “‘정이’ 절반은 성공이라 표현하고 싶다”
“내 안에 이런 장르 ‘하고싶다’는 욕구 많았던 듯…‘도전’ 의욕 솟았다”
로봇 연기 포인트 ‘최대한 이상한 표정’…“감독님 특이한 디렉션 기억”
입력 : 2023-01-30 07:00:33 수정 : 2023-01-30 13:31:5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사실 그걸 가장 깨부수고 싶었을 겁니다. 본인을 향해서 언젠가부터 쌓여만 가고 있던 이미지. 바로 탤런트’. 지금은 많이 죽은 단어가 됐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배우를 탤런트라고 부르던 시대였습니다. 다재다능한 의미에서 탤런트란 뜻은 주목해 볼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기를 으로 삼고 살아가는 입장에서 탤런트는 미안하지만 달가운 단어는 아닙니다. 연기하는 사람을 작은 모니터, 즉 브라운관 안에 가둬 버리는 단어가 바로 탤런트였습니다. 그 시절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에 출연하는 이들을 영화배우그리고 TV에 출연하는 이들을 탤런트라 불렀습니다. 김현주는 아주 완벽하게 그리고 온전하게 후자에 속하는 연기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지금도 그가 TV에서 나오는 게 익숙하고, 이외의 콘텐츠에서 나오는 게 어색할 뿐입니다. 이젠 대세 플랫폼이 된 OTT를 통해 글로벌 스타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여전히 영화란 매체와의 접점은 멀어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연상호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정이속 김현주의 모습은 이런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확한 중간 단계의 합의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배우 김현주. 사진=넷플릭스
 
일단 어색했습니다라고 첫 마디를 풀어야 겠습니다. 그의 연기나 존재감 기타 등등에 대한 어색함이란 게 아닙니다. ‘탤런트이미지가 강한 김현주가 영화라고 개념이 규정된 콘텐츠에 출연했습니다. 더욱이 국내 장르 영화에선 사실상 미지의 영역으로 불리는 SF장르, 그 가운데에서도 극소수의 마니아들을 양산하고 있는 사이버펑크 장르에 도전한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 액션입니다. 더욱 놀라운 점은 김현주, 올해 1977년생으로 40대 중반을 넘어섰습니다. 단 하나도 예사롭지 않은 게 없었습니다.
 
당연히 저도 흥미로웠어요. ‘왜 저를이라고 할 정도였으니(웃음). 근데 사실 마음 한 편에 이런 장르와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나 봐요. ‘지옥을 끝내고 나서 연 감독님에게 정이에 대한 설명을 듣긴 했죠. 그때 설명을 듣는데 뭔가 에너지가 솟는 느낌이었어요. 잘 할 수 있겠다는 말은 쉽죠. 근데 행동으로 옮겨야 그게 결실로 이어지지. 그냥해보겠다하고 도전했죠. 너무 재미있었어요(웃음).”
 
영화 '정이' 스틸. 사진=넷플릭스
 
정이에는 액션이 정말 많습니다. 액션도 보통 액션이 아닙니다. 수위가 정말 상당합니다. 웬만큼 체력이 좋은 남자 배우들도 이 정도의 액션을 소화하고 나면 시쳇말로 나가 떨어질수준으로 보일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김현주는 달랐답니다. 앞선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정이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은 앞으로 계속 액션만 한다고 할지 모를 듯하다면서 김현주의 액션 본능을 칭찬했습니다. 김현주는 특별하게 준비를 했다기 보단 배우적 본능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래도 배우로서 산 세월이 한 두 해가 아니잖아요. 나름의 이미지 트레이닝이라고 해야 할까. 일단 제가 격투기를 되게 좋아해요. TV로 즐겨 보는데, 머릿속으로 막연하게 상상하고 그렸던 걸 이번 정이촬영에서 실제로 많이 대입해 사용한 것 같아요. ‘정이이전까지는 제가 아무리 격투기를 좋아한다고 해도 그걸 써먹어 볼 곳이 없었잖아요(웃음). 준비와 촬영으로 당연히 힘이 들었는데 되게 즐거운 힘듦이었죠.”
 
영화 '정이' 스틸. 사진=넷플릭스
 
결국 가장 원초적인 질문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사실 이건 연출을 맡은 연상호 감독에게 해야 할 질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연 감독에게도 뉴스토마토가 했던 질문입니다. ‘정이역에 김현주이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였습니다. 연 감독의 대답은 사실 나도 헷갈렸다. 그런데 테스트 촬영에서 확신이 왔다였습니다. 이 말에 김현주는 박장대소했습니다. 그 웃음의 이유는 일단 그때 고민해 봤자 아니냐라는 것이었습니다. 김현주가 다시 크게 웃었습니다.
 
아니 그때 헷갈리면 어쩔 건데 그래서 물러(웃음). 그렇게 묻는 분들이 사실 좀 있었어요. 감독님께 물어보진 않았지만 제 생각을 말씀 드리면 사실 제가 아니어도 충분히 다른 배우가 잘 할 수 있는 역할이었어요. 근데 저를 택하신 이유가 최강 용병이란 단어 이면에 숨은 감성적인 부분을 원하셨던 것 같아요. 뭐라 설명은 안되지만 플러스 알파를 제가 이뤄낼 수 있다고 믿어주신 게 아닐까 싶어요.”
 
배우 김현주. 사진=넷플릭스
 
그렇게 김현주는 최강 용병에서 인간과 로봇 중간에 위치한 인공지능 A.I ‘정이가 됐습니다. 우선 영화 속 그가 연기한 부분은 전부 실제로 연기를 한 것입니다. 움직이다가 갑자기 동작을 멈춘 다던지 하는 것들은 모두 김현주가 실제 연기를 하면서 동작을 멈추고 카메라에 담는 식으로 이뤄졌답니다. 또한 김현주의 얼굴을 본뜬 수 많은 A.I 로봇 정이의 등장에선 이른바 더미를 떠서 작업했다네요. 쉽게 말하면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장면은 모두 김현주 본인의 실제 얼굴이었답니다.
 
그게 CG로 아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 얼굴이 나오는 부분은 정말 다 실제 제가 표정을 멈추고 촬영한 거에요. 감독님이 특별하게 주문한 포인트가 있어요. ‘정이가 동작을 멈추다 다시 움직일 때 숨을 토해내면서 소리를 치는데. 그때 포인트를 굴 속에서 오랫동안 숨을 못 쉬고 있다가 누군가 버튼을 누르면 숨이 한 번에 터지는 느낌이라 표현해 주셨어요(웃음). 그냥 일단은 제가 움직이다가 멈출 때는 최대한 이상한 표정을 하자가 제 목표였어요.”
 
영화 '정이' 스틸. 사진=넷플릭스
 
정이를 촬영하면서 김현주에게 가장 기대감을 전했고 또 설레임을 줬으며 지금도 기억을 사로 잡고 있는 것은 단연코 고 강수연과의 작업이었답니다. 김현주 또래 배우들에게 강수연은 생생하게 기억을 할 수 있는 레전드 그 자체였습니다. 참고로 김현주도 데뷔한지 꽤 오래됐지만 사석에서조차 강수연을 만나본 적이 없었답니다. 그래서 더욱 더 대선배에 대한 환상 그리고 부담이 컸었다네요.
 
그냥 내 또래 배우 그리고 일반인들에겐 선배님은 그 자체로 스타였잖아요. 저한테도 그랬어요. ‘내가 강수연 선배님하고?’라면서 너무 부담감이 컸었죠. 근데 실제 만나고 작업한 선배님은 누구보다 부드럽고 유연하시고 후배들을 배려해주시는 분이었어요. 지금도 기억에 남는 게 선배와 마지막 대사를 주고 받는 촬영이에요. 선배가 제 귀에 대고 말씀을 하시는 장면인데 그때 얘 보면 눈물 나라고 하시더라고요. 기계였지만 엄마란 감정을 계속 끌고 온 선배의 마음이 전해져서 지금도 사실 가슴이 뭉클해요.”
 
배우 김현주. 사진=넷플릭스
 
정말 아쉬울 수 있고 또 서운할 수도 있을 듯합니다. ‘정이는 공개와 함께 글로벌에서 또 한 번 연상호 신드롬을 일으키는 주인공이 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뒤 글로벌 흥행으로 전 세계를 휘어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런 주목 그리고 관심과는 반비례로 국내에선 혹평에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 혹평의 중심에는 신파란 단어를 들이미는 시각도 있고, 일부는 여러 할리우드 장르 영화의 짜집기란 비아냥도 있습니다. 김현주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의외로 냉정하면서도 객관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전했습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제 생각에 정이는 반은 성공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물론 국내에서 더 좋아해 주셨으면 좋았겠죠. 하지만 그런 혹평도 전 감사하다고 봐요. 어떤 이유에서든 정이는 시도를 했고, 그 시도에 대한 평가가 좋지 못한 것이잖아요. 해보지도 않았다면 전 그게 혹평보다 더 뼈아픈 결과가 아닐까 싶어요. 혹평을 혹평으로만 받아 들이면 뼈아프지만 그걸 자양분으로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 싶어요. 연상호 감독님이라면 분명 그러실 듯해요.”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 김재범

영화 같은 삶을 꿈꿨다가 진짜 영화 같은 삶을 살게 된 이란성 쌍둥이 아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