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과일·채소값에 한숨"…풍성한 한가위 옛말
"비용 아끼기 위해 차례상 간소화할 계획"
소비자 체감 물가 괴리감 커…대책 마련 필요
2024-09-03 15:57:00 2024-09-03 17:23:51
 
[뉴스토마토 이지유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소재의 한 기업형슈퍼마켓(SSM)은 다가오는 추석 2주를 앞두고 장을 보는 사람들로 다소 북적였습니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니 가격표를 보고 물건을 들었다 놓는 소비자들이 적잖게 눈에 띄었는데요.
 
이날 슈퍼마켓에 방문한 주부 A씨가 구매하려다 포기한 배 1개의 가격은 무려 5490원이었습니다. 그는 "이번 추석에는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 차례상에 올릴 음식의 양이나 가짓수를 줄이일 계획"이라며 아쉬워했습니다.
 
배 매대 바로 옆 코너에서는 차례상에 자주 오르는 사과도 보였습니다. 사과는 지난 1년간 폭등하며 '금사과'로도 불릴 정도인데요. 1개당 가격은 4490원, 4개 묶음으로 구매 시 1만590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배 및 사과 매대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에 따르면 과일들 중 배는 지난해 같은 달과 비교해 120%나 급등했고, 사과는 17% 올라 여전히 높은 가격 수준을 기록했는데요.
 
가격이 폭등한 품목은 비단 배와 사과 뿐만은 아닙니다. 여름철 즐겨먹는 수박도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만큼 가격대가 높았는데요. 통상 가정집에서 6~7kg 내외 수박 한통을 구매한다고 가정했을 때 슈퍼마켓과 대형마트에서 이를 구매하려면 2만7000~3만원은 지불해야 합니다.
 
한국물가정보가 가장 최근 명절이었던 올해 설 직전 전통시장 차례상 비용을 조사한 결과 상차림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28만2500원으로 전년 대비 8.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아울러 최근 소비자단체협의회에서 조사한 추석 차례상 비용은 평균 32만8950원으로 지난해보다 1.4% 올랐는데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기업형슈퍼마켓(SSM)의 수박 매대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정부는 추석 차례상 비용을 30만원 안팎으로 안정화하기 위해 20대 성수품을 역대 최고 수준인 17만톤 규모로 공급, 지난 2021년 추석 당시 차례상 비용(29만7804원)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입니다. 하지만 이번 추석에 서민들의 체감하는 차례상 물가는 훨씬 비쌀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30만원이라는 수치가 전통시장 기준인 만큼, 수요층이 많이 찾는 대형마트나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으로 채널을 확대하면 가격은 더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추석이 민족 대명절이다 보니 물가가 무서워 차례를 안 지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마냥 차례 품목을 전부 간소화 하기도 힘든 것도 사실인데요. 세일 시간에 맞춰 기다렸다가 구매에 나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들이 물건을 고르는 모습 (사진=이지유 기자)
 
꽁치를 구매하려 마트를 방문한 B씨는 "명절 때 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가족들이 조기와 꽁치를 즐겨먹어 마트 세일시간 때만 노려 사러 나오는 편인데, 낮시간에 방문하면 한팩 기준 모두 8000원이 넘어 가격이 매우 부담스럽다"며 "다가오는 추석 차례상에도 세일 상품인 조기를 상에 올릴 수 밖에 없다. 금전을 절약하기 위함인데, 결코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마트를 낮시간에 방문했을 때 같은 제품 조기의 가격은 7900원, 저녁시간에 방문했을 때는 40% 할인된 474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에 낮시간과 달리 저녁에는 세일 타임을 노리는 고객들의 방문이 부쩍 늘어난 모습이었습니다.
 
문제는 본격적인 꽁치 수요철인 가을을 앞두고 가격 인상이 더 가파라질 수 있다는 것이죠. 기후 온난화로 일본의 꽁치 어획량은 2008년 34만톤에 달했지만, 15년이 지난 작에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2만4000톤에 불과했는데요. 결국 줄어든 어획량과 상승하는 가격으로 인해 꽁치가 서민들의 생선이라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생선 (사진=이지유 기자)
 
이 밖에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과 장마·태풍 등 영향으로 인해 채소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30일 기준 시금치 가격은 100g당 4110원으로 전년 동기(2427원)보다 69.34% 올랐고 적상추는 100g에 1963원으로 지난해(1714원) 대비 14.5% 올랐는습니다.
 
현장에서도 오른 물가를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이날 마트에서 판매 중인 아욱 한봉지의 가격은 4000원에 달했고, 청양고추 한봉 가격은 2980원, 백오이 2입은 4280원, 적상추 한봉지 가격은 6980원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생선과 채소 구분없이 차례상을 차리기가 현실적으로 버겁고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풍성한 한가위는 옛말이 돼가고 있습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결국은 실질물가와 체감물가가 대형마트 등 현장에서 차이가 나면 소비자들이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면서 "체감 물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PB로 구성된 선물세트라던지 다양한 방법을 강구해서,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소비자 물가를 정부가 관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유 기자 emailgpt1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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