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인터넷전문은행으로는 처음 증시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장기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선 카카오뱅크의 상장 초반 '거품'이 빠지며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2021년 8월 상장 초반 증시에 한때 주가가 9만원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2만원대로 주저앉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카카오뱅크.(사진=연합뉴스)
카카오뱅크는 추락하는 주가를 잡기 위해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담은 밸류업 방안을 발표했으나 부진한 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카카오뱅크는 오는 2027년까지 고객 수를 3000만명까지 늘리고, 자산 100조원 규모의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방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기업 가치와 성장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해소되지 않았고 차별화된 성장 동력이나 유의미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지 못했다는 혹평을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업계에선 "카카오뱅크가 실제 본질 가치와 비교해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습니다. 앞서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후 주요 임원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이후 줄곧 하락했는데요.
스톡옵션을 받은 주요 임원 9명 중 5명이 상장 이후 29만5182주를 매각하면서 수십억원대의 차익을 거뒀습니다. 경영진의 스톡옵션 행사에 이어 회사 상장 한 달 만에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주식을 대량 매각하면서 소액주주에게 피해를 주기도 했습니다.
카카오뱅크 주가수익비율(PER)은 23.29배로 기준 은행업종의 PER이 4.39~5.68인 점과 비교하면 시장에서 상당한 고평가 수준입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PER이 높으면 회사가 거둔 이익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됐음을 의미합니다.
이에 따라 현재 밸류업이 효과를 거둘지 미지수라는 회의적 시각이 제기됩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당시 은행업이 아닌 플랫폼 기업임을 강조하며 고평가를 받았지만, 현재는 주가 부양이 가장 큰 과제 중 하나가 됐는데요.
카카오뱅크가 기업 비즈니스 모델이 취약해 성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혁신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받았지만, 한계가 드러나면서 성장주로서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카카오뱅크가 매년 호실적을 달성한 배경에는 '손쉬운 이자장사'라고 여겨지는 주택담보대출의 영향이 상당하단 점에서 금융권의 비판적 시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시장에선 주가 자체가 고평가돼 있는데, 아무리 밸류업 방침을 내놓아봤자 주가가 부양되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옵니다. 업계에선 부풀려졌던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본래 정상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까지 얘기합니다.
카카오뱅크의 적정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안 좋아진 상황을 감안해야 하지만 사실상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카카오 관련주들에 대한 악화된 시장의 이미지가 누적된 것도 주가 부양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가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서는 기업을 합병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라며 "쪼개기 상장을 하면 각각의 주식이 상장이 되니까 자기들의 자산 가치가 더 올라가게 된다. 무조건 기업이 돈만 벌겠다는 목적으로 계속 주식을 공급만 하면 전체적인 주가가 내려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인터넷은행들의 거품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대가 높아서 현재 평가와는 너무 다른 높은 주가 기대치가 반영이 됐으나, 경기가 나빠지니까 실체가 보이는 것"이라며 "미래에 유망하다는 기대만으로는 더이상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줄 수 없는 상태"라고 진단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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