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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재테크)환율 하락에 곡소리…한전은 웃는다
원화강세 수혜업종 코로나로 반사이익 적어…환헤지-언헤지펀드 희비 교차
2020-10-27 13:00:00 2020-10-27 13:02:27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하락세를 그리면서 그에 따른 파급력도 커지고 있다. 문제는 환율 하락의 수혜는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반면 피해 우려만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올해 급증한 해외 주식투자자들의 경우 적지 않은 환차손을 떠안을 전망이다.
 
27일 이날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소폭 하락한 1127.60원을 기록 중이다. 전일 1130원 밑으로 내려온 후래 1120원대에서 버티고는 있으나 추세 하락을 되돌리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달러 약세에 증시에서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으나 웃는 곳보다는 울상인 기업들이 훨씬 많다. 수출에 의지하는 기업들이 많아 가격경쟁력 훼손은 물론 똑같은 매출을 올려도 이익이 감소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대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수출이 호조일 때 나타나곤 했으나 지금은 달러 약세와 위안화 강세에 영향을 받은 성격이 강해 주가도 함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렇다면 반대로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 원가를 줄일 수 있어 수혜로 작용해야 할 텐데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 문제다. 
 
원달러 환율 하락의 대표적인 수혜업종은 정유업과 운송·여행업체들이다. 달러를 주고 기름을 수입하는 업체들에게 원화가치 상승은 비용 절감을 의미한다. 여행업체들은 원화 가치가 높을 때 여행수요가 늘어 실적이 좋아지곤 한다. 그런데 이번엔 코로나19 때문에 별 소용이 없게 됐다.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비행기도 뜨지 못해 비용 절감의 효과가 퇴색된 것이다. 
 
곡물을 수입하는 음식료 기업들은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코로나19로 매출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환율까지 도와준 덕에 실적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주가 흐름도 좋다. 올해 CJ제일제당, 대상, 오뚜기 등 대표적인 음식료 기업들의 실적은 분기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이들 외에 환율 하락으로 웃고 있는 기업 중엔 한국전력이 눈에 띈다. 한전은 석유와 LNG 등을 수입해 발전을 하는데 올해 저유가와 환율 하락이라는 겹호재를 맞아 3년만에 흑자전환을 앞두고 있다. 3분기에는 조 단위 순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순이익 전망치는 2017년 결산에서 기록했던 1조3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배당도 재개할 확률이 높다. 2017년 배당금은 주당 790원이었다. 이번 결산에서도 똑같이 배당할 경우 현재 주가 대비 3.8%의 배당수익률이다. 
 
기업들만 원달러 환율에 노출돼 있는 것이 아니다. 해외 주식투자가 대중화된 것은 지난해부터지만 올해 유독 많이 증가했다. 올해 미국 주식 투자를 위해 원화를 달러로 환전한 사람들은 대부분 1150원에서 1200원 사이에 환전했을 텐데 지금 환율은 그보다 낮은 상황이므로 이들 대부분이 환차손을 안고 있을 것이다.  
 
지금 환율은 지난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니까 지난해 5월부터 환전한 사람들은 주식 매매 여부와 상관없이 환차손이 발생한 것이다. 달러당 1200원에 환전해 미국 주식을 매수했다면 5% 이상 환차손이 발생한 상태다. 환율변동폭이 5%를 넘어서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닌데 하필 지금이 그런 상황이다. 
 
물론 주식 매도대금 또는 외화 예수금을 다시 원화로 환전하지 않는 이상 평가손실일 뿐이다. 또 그 사이 미국 주가가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에 이 정도 환차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환율 변화에 민감한 미국 채권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투자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미국 주식에 투자 중이라면 환율보다는 투자 대상인 기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
 
이밖에 원달러 환율 하락에 민감한 부류라면 환헤지를 하지 않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이다. 해외주식형 펀드나 부동산특별자산 펀드 중에 이런 상품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상승 추세를 보이자 환율 변화에 노출시킨 펀드들이 많이 설정됐는데 그중 달러화에 오픈된 펀드들이 지금 피해를 입고 있다. 지난해 3월에 설정된 미래에셋달러우량중장기채권(H) 펀드의 기간별 수익률은, 1개월 수익률은 –0.62%, 3개월 –0.83%, 1년 4.83%를 기록 중이다. 반면 이와 똑같지만 원달러 환율 변화에만 노출된 미래에셋달러우량중장기채권(H) 펀드는 1개월 -3.85%, 3개월 수익률 -6.30%, 1년 수익률 1.73%로 환헤지(H) 펀드보다 뒤쳐진 상태다. 
 
또한 2016년부터 공모상품으로 소개되기 시작한 해외부동산 펀드들 중에 환노출형이 많다. 특히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국 부동산 펀드를 설정하면서 100% 환노출을 선택해 최근 수익률이 하락 중이다. 다행히 이런 상품은 원달러 환율이 1100원보다 낮을 때 설정된 경우가 많아 아직은 괜찮은 편이다. 
 
환율 변화에 노출된 자산의 경우 국내 자산 투자를 보완하는 성격이 있어 이를 약점으로 볼 수는 없다. 다만 환율 변화에 자산들의 어떻게 움직이는지 파악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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