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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눈독 들이는 건설사…수익보다 '잿밥'에 관심?
지방 언론사 등 건설사가 지분 소유…유리한 여론·인맥 형성 도움
2021-05-10 14:33:12 2021-05-10 14:33:12
국내 건설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최근 호반건설이 전자신문 인수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관심을 끌고 있다. 건설사들이 언론사 지분을 소유하는 풍토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특히 지역 언론사의 경우 건설사들이 지분을 소유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건설사들이 이미 사양 산업으로 평가받고 있는 언론사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금전적 수익보다 더 많은 이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 주요 언론사 중 3분의 1 가량은 대주주가 건설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효성(004800)은 광주일보 지분 49.0%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고, 영남일보 최대주주도 현재 49.19%를 보유한 운강건설로 나와 있다. 부영은 인천일보와 한라일보 지분을 소유해 각각 종속기업 및 계열회사로 두고 있다. 지역 건설사인 자광도 전북일보 지분 45.0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올라 있다.
 
지역 언론사 뿐 아니라 건설사의 중앙 언론사 지분 인수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태영건설(009410)이 SBS를 소유한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여기에 지난 2019년 중흥건설이 헤럴드경제와 코리아헤럴드를 발행하는 주식회사 헤럴드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새 주인인 된 것은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부원건설은 브릿지경제를 창간했고, 여기에 호반건설이 KBC광주방송과 서울신문 지분을 매각하고 전자신문 인수를 추진한다.
 
문제는 언론으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업계 정설인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앞 다퉈 언론사 지분 인수에 나서는 이유다. 이는 언론사를 소유하면서 돈보다 더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사를 통해 건설사나 건설사가 진행하는 사업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 건설사가 소유한 언론을 통해 그 건설사에 대한 홍보나 사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는 경우를 많이 목격할 수 있다.
 
여기에 건설사들의 부실 공사 등 사건사고에 대한 기사를 막을 수도 있고, 대주주와 관련된 내용을 기사화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건설사가 언론사를 소유하려는 이유로 꼽힌다. 긍정적인 홍보 뿐 아니라 건설사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이슈화를 막는 등 적극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박덕흠 의원 논란에서도 건설사들이 대부분 언론사를 소유하고 있어 관련 기사 보도가 적은 것 아니냐는 의혹일 일기도 했다.
 
아울러 건설사 오너는 언론사를 통해 사회적 인맥을 쉽게 넓힐 수 있다. 언론사 사주라는 위치가 건설사 오너보다 정관계 인사들을 사귀는데 더 쉽기 때문이다. 정치인이나 정부 인사들이 언론사 사주와의 관계를 피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더 만남을 자주 갖고 친분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이로 인해 건설사 오너는 정부 정책이나 주요 정보들을 쉽게 얻을 수 있는 통로가 생기는 셈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건설사가 언론사를 소유하면서 수익보다는 다른 방법들을 통해 언론사를 활용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며 "자금 사정이 열악한 지방 언론사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건설 자본의 표적이 돼 왔다. 다른 업종보다 건설사가 언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기 때문에 적자를 기록해도 언론사 소유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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