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예지 기자] 하청 노동자의 원청 기업에 대한 교섭권과 쟁의 대상 범위를 확대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이 시행된 가운데, 정보통신(IT) 플랫폼 업계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플랫폼 기업 노동자들은 IT 플랫폼 기업들이 그동안 다수의 계열사와 자회사 구조를 통해 교섭권을 분할·방해하고 법적 책임을 회피해 왔다고 지적했는데요. 이 같은 특징을 토대로 전개돼 온 주요 플랫폼의 '경영효율화' 행태에도 제동이 걸릴지 주목됩니다.
11일 IT업계에 따르면 노란봉투법은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 통과 이후,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전일부터 본격 시행됐습니다. 세부적으로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 강화 △합법적 파업이 가능한 노동쟁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 결정'으로 확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의 내용이 골자로 담겼습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는 법 시행일에 성명을 내고 "IT 플랫폼 기업의 책임 없는 경영을 끝내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논평했습니다. "그간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이 다수의 계열사와 자회사를 운용하는 구조를 통해 사실상 지배받는 노동자들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해 왔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입니다.
특히 위원회는 "자회사 분사, 사내독립기업(CIC) 분리, 서비스 종료, 전환 배치, 사업 매각 등 결정이 일방적으로 추진됐다"며 "노동자의 고용 안정과 노동조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내릴 때 실질적인 교섭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일례로 카카오는 지난 2023년 9월 정신아 대표가 CA협의체 사업총괄을 맡은 이후, 비핵심 계열사 정리와 구조조정을 추진해 왔는데요. 계열사 수는 정 대표 취임 당시 142개에서 지난해 말 기준 94개까지 감소했습니다.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은 지난 1월29일 카카오 이사회가 포털 '다음' 운영사인 AXZ를 업스테이지에 매각하는 양해각서 체결을 승인하자 "경영진은 앞서 매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고용안정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지만, 설립 8개월 만에 매각을 결정했다"고 반발한 바 있습니다. 이후 카카오게임즈와 디케이테크인 등 자회사에서도 고용 불안에 대한 목소리가 잇따랐습니다.
카카오 측은 AXZ 매각과 관련해 "업스테이지와의 양해각서(MOU) 체결 당시, 고용을 포함한 근로조건을 그대로 승계하기로 명시한 바 있다"며 "그 외 자회사의 고용 불안 우려에 대해서는 구성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해 나갈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문어발식 경영'이라 비판받아 온 플랫폼 기업들의 경영 양상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입니다. 마지현 파이터치 수석연구원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임금뿐만 아니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상 판단도 쟁의 대상이 됐다"며 "서비스 종료나 분사, 구조조정 등(경영효율화 전략)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 연구원은 이어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산업 환경 특성상, IT 플랫폼 기업은 신사업 진출과 철수를 빠르게 반복해 근로자 보호가 부족했던 측면이 있다"며 "이제 근로자들이 자격을 얻은 만큼 활발하게 노동 분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만 "향후 경영 효율성이 감소하면서 생산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교섭으로 인한 비용이 제품 가격에 녹아들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주노총 산하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지난해 3월19일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 아지트 앞에서 '콘텐츠 CIC' 분사매각 철회와 고용안정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허예지 기자 ra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충범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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