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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재명 회동, '빈손' 우려
영수회담 '실무 협의' 불발…민주 "일방적 취소"
핵심은 '의제'…민생회복지원금·채상병 특검법 등
국정기조 대전환 미지수…"최소한의 성과만 낼 것"
2024-04-22 17:04:49 2024-04-22 18:04:46
[뉴스토마토 박진아·한동인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영수회담을 앞두고 양측이 일정 조율 등 시작 단계부터 삐걱댔습니다. 윤석열정부 집권 3년 차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영수회담 논의가 첫발도 못 떼면서 '빈손 회동'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요. 관건은 영수회담 테이블 위에 올라올 의제 내용입니다. 윤 대통령은 22일 영수회담 의제에 대해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회담 테이블엔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이었던 민생회복지원금과 일명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 차기 국무총리 인준 등 다양한 의제가 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만 윤 대통령이 얼마나 호응할지가 관건입니다. 양측이 협치 인식을 공유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면 꽉 막힌 정국을 풀 단초가 마련되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하고 갈등의 폭을 좁히지 못할 경우 정국 경색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의 신임 비서실장 임명 발표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영수회담 실무 협의부터 '삐걱'... 합의도출 '난항' 예고 
 
당초 한오섭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3시 서울 모처에서 만나 의제설정 등 영수회담을 위한 실무 협의에 착수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실이 양측의 실무 회동을 돌연 취소하면서 준비 단계부터 엇박자를 냈습니다. 민주당은 "대통령실이 '수석급 교체 예정'을 이유로 일방적 취소했다"며 "총선 민심을 받드는 중요한 회담을 미숙하게 처리한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지명된 홍철호 신임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3일 바로 천 실장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했습니다. 
 
영수회담 일정은 현재까지 미정입니다. 다만 22일부터 25일까지 루마니아 대통령의 방한, 23일과 26일 예정된 이 대표의 대장동 재판 일정을 고려해 영수회담 날짜를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입니다. 다만 현재로선 오는 25일 오찬을 겸한 회동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핵심은 영수회담 테이블 위에 오를 의제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서실장 인선 관련 브리핑을 마친 후 17개월 만에 진행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영수회담 의제를 묻는 질문에 "이 대표의 얘기를 좀 많이 들어보려고 초청한 것"이라며 "합의할 수 있는 민생 의제들을 찾아서 국민들의 민생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몇 가지라도 좀 하자는 얘기를 서로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을 만나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도록 하겠다"며 "이번 회담이 국민을 위한 정치 복원의 분기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제 곳곳 지뢰밭…뇌관은 '1인당 25만원·채상병 특검'
 
정치권에선 양측이 최우선 의제로 민생을 내세우면서 다양한 의제가 폭넓게 다뤄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그간 여야가 첨예하게 부딪힌 이슈가 많아 합의까지 난관이 예상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데요. 우선 이 대표는 총선 공약이자 제1 의제로 꼽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협상테이블에 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윤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나눈 지난 19일 자신의 유튜브로 중계한 '당원과의 만남'에서 "민생회복지원금 문제를 이야기할 것"이라고 예고했습니다. 민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추가경정예산(추경) 13조원을 편성하자고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금살포성 공약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왔던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요구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거나 선별 지원 가능성을 거론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6일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 대표의 민생회복지원금 주장과 관련해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대중 영합주의)은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며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와 상통하는 것이고, 우리 미래에 비춰보면 마약과 같은 것"이라고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아울러 이 대표가 21대 국회 통과를 공언한 채상병 특검법과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이태원 참사 특별법·양곡관리법 등 쟁점 법안들도 회담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채상병 특검법은 민주당이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 처리를 예고하고 있고,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국회 재의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양곡관리법 역시 재표결을 거쳐 폐기됐지만, 민주당 내에서 법안 수정을 거쳐 발의된 '제2양곡법'이 지난 18일 야당 단독으로 상임위 문턱을 넘어 본회의에 직회부된 상태입니다. 여권 내에선 채상병 특검법을 비롯한 쟁점법안 처리에 부정적 기류가 뚜렷합니다.
 
반면 윤 대통령은 차기 국무총리 인준과 의정 갈등 해법 논의, 중대재해처벌법 유예 기간 연장 등을 의제로 꺼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무총리 인준에는 야당 동의가 필요한 만큼 이 대표에게 추천을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인데요. 앞서 이 대표는 대통령실의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차기 총리 검토설에 "협치를 빙자한 협공"이라며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현한 바 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윤석열 대통령 집권 3년차에 처음으로 이뤄지는 첫 영수회담이지만, 민감한 현안이 많은 만큼 '의미 있는 결과' 도출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다만 여야 모두 '빈손 회동' 비판을 의식해 '여야정 협의체' 구성 등 민생정책에 더 힘쓰겠다 정도의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나 이 대표가 서로 필요에 의해서 만나는 거지, 국정운영의 새로운 돌파구를 위해 만나는 건 아니지 않냐"며 "그렇기 때문에 국정운영의 대전환을 기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빈손으로 끝낼 수는 없을테니, 아마 한두개 정도의 협의는 있을 것"이라며 "의사 증원 문제나 여야정 고위 협의체 구성 등 서로 합의 가능한, 최소한의 성과만 낼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31일 국회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 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에 앞서 열린 국회의장, 여야 지도부, 5부요인 사전 환담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한동인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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