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원유 수출 터미널 라스타누라 피격이 겹치면서 아시아 정유업계에 비상등이 켜졌습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60%를 웃도는 아시아 국가들은 원료 조달에 차질을 빚으며 가동 축소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습니다. 국내 정유업계도 일부 원유 운반선의 항로 지연과 국제유가 급등 여파가 겹치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여파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5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유류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5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원유 재고가 25일 치 수요를 충당할 수준에 불과한 인도는 망갈로르 정유·석유화학(MRPL), 페트로넷 액화천연가스(LNG)등 주요 에너지 기업들이 신속한 대체 물량을 구하지 못해 연이어 생산 차질에 따른 ‘불가항력 통지’를 발표했습니다.
공장 가동 중단 위기에 처한 인도에서는 미국 제재로 줄였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을 다시 확대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지난 8월 인도는 무역 협상 과정에서 미국의 관세를 낮추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을 전체의 21.2%까지 대폭 줄인 바 있습니다. 대체 물량 확보가 시급해지자, 러시아 측이 인도 영해 부근에 대기 중인 950만배럴가량의 원유를 즉각 공급해 전체 수요량의 40%까지 지원하겠다고 나서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와 일본 정유업체들 역시 부족분을 메우고자 미국산 석유 수입량을 늘리는 등 대체재 확보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HD현대오일뱅크 2척, GS칼텍스 1척 등 총 7척의 원유 운반선이 중동 인근 해역에서 운항 차질을 빚고 있습니다. 정유사들은 통상 한 달가량의 원유 재고를 자체적으로 확보하고 있는 데다, 정부 역시 약 6개월분의 전략 비축유를 보유하고 있어 당장 공장 가동에 지장은 없다는 설명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에는 원료 수급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미국·아프리카 등 다른 산유국에서의 대체 조달 방안이 거론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업계와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정유사별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을 보면, 에쓰오일은(
S-Oil(010950)) 90%, GS칼텍스 65%, SK에너지 63%, HD현대오일뱅크 40%입니다. 에쓰오일은 대주주가 아람코여서 사우디산 원유를 주로 도입하고 있고, HD현대오일뱅크는 초고도화 정제 설비를 갖추고 있어 중동산 외에도 미주산 등 다양한 원유를 처리할 수 있는 까닭입니다.
정부도 국제유가 상승을 빌미로 하루 새 기름값을 50원 이상 과도하게 올린 주유소들의 불공정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히는 등 폭등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단속 대상은 주유소이지만, 정유사들도 공급가 책정 과정과 인상 시점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합니다. 국내 주유소 판매 가격은 싱가포르 국제 석유제품 시장 거래 가격에 연동돼 국제 가격 상승분이 1주에서 2주 시차를 두고 반영됨에 따라, 다음주 기름값은 더 오를 전망입니다.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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